PT 대회 두고 갈등, 직장 내 괴롭힘 vs 상품제안역량 강화 차원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125명 대상…즉각 철회하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 지부는 25일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PT 대회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파이낸셜투데이

대신증권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증권사’란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2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 지부는 서울 을지로 대신증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신증권이 추진하는 ‘WM Active PT’ 대회 개최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대신증권은 WM(자산관리) 사업단 주최로 PT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전 직원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대회는 이날 열리는 1회 차를 시작으로 네 달에 걸쳐 전 영업점 PB 423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대신증권 측은 상품제안 역량을 높이고 고객관리, 상품판매 우수사례를 공유해 대고객 상당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신증권 노조는 이번 PT 대회에 대해 ‘저성과자 괴롭히기’라고 반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경영진이 발표한 직원 명단을 살펴보면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발령받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영업직원, 전략적 성과대상자 등 회사로부터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125명 직원들이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WM 사업단의 명령을 받은 지점장들이 공문이 발송된 날 지점회의를 통해 PT 대회 대상자들의 선정 기준이 금융수익·오프라인수익·활동성지표 하위 125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선정기준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인사명령이나 연수명령이 아닌 사내 행사임에도 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결국 전원 참가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발효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대신증권에서 금융권 최초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며 “괴롭힘 방지법 발효 하루 만에 사측은 PT 대회 공문을 하달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전 직원으로 대회를 확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명단에 오른 125명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자인한 꼴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호열 증권업종본부장 역시 이번 사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100여명의 저성과자를 특정해 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순수한 대회가 아닌 저성과자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무금융노조는 대신증권을 인권유린과 직장 내 괴롭힘 집중 감시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가 사측에 대회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대회를 강행한 것이 갈등을 키웠다. 노조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PT 대회 공문을 발송한 17일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지부 온라인 카페에 ‘PT 대회가 저성과자 괴롭히기다’는 게시글을 게재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해당 대회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며 ▲대상자 선정기준을 밝히고 ▲행사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측은 “현재 WM 사업단에서 추진 중인 PT대회는 ‘영업직원의 참여를 통해 프리젠테이션 역량의 향상과 고객관리·상품판매 우수사례 및 아이디어를 공유해 대고객 상담능력 향상을 위한 직원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오병화 대신증권지부 지부장은 “경영진은 지부의 요구에 적반하장 격으로 맞서고 있다”며 “뒤늦게 대상 직원을 125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임원까지 포함해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전 직원을 괴롭히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며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법안을 명시한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이번 행사를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지부는 민주노총 법률원,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고객의 자산을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제안하는 능력은 영업점 PB에게는 핵심 중의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다.

또 일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는 10월까지 전 영업점 PB를 대상으로 총 4차로 나눠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1차로 진행될 직원들도 저성과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차 명단에는 성과가 좋은 직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영업점으로 직군이 바뀐 직원 등 본부별, 직급별, 영업기간별 비중을 감안해 선정했다”며 “실전에 활용 가능토록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했으며 일과시간을 통한 대회개최를 통해 직원들의 불편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PT 대회는 본질적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키우는 데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마련된 대회다”며 “본질을 외면하고 단지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업무라고 배척하는 것은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직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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