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리체크카드의 ‘오버액션 토끼’, 과거 ‘욱일기’ 논란 이력
카드사들, 日여행 특화 카드·이벤트 등 日 경제 제재로 잠정 보류
최근 마트·택배 노조까지 불매운동 동참
민감한 시기, 기업의 세심한 확인 필요한 때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여행을 취소하거나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고객에게 일본 제품을 안내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기로 했고 택배 노동자들도 유니클로 상품에 대해 배송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한 상태다.

카드업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이미 출시한 일본여행에 특화된 카드의 신규발급을 잠정 보류하거나 관련 이벤트 등을 기획 단계에서 없었던 일로 하는 등 동참하는 분위기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8일 일본 여행객을 위한 온라인·애플리케이션(앱) 발급 전용 카드인 ‘카드의 정석 제이쇼핑(J.SHOPPING)’을 출시했다.

한국 국민이 자주 찾는 여행지 1순위가 일본이라는 점과 일본여행에 특화된 카드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 개발했으며 일본의 대표적 쇼핑 장소인 돈키호테, 빅 카메라, 훼미리마트를 이용할 때 5% 할인 혜택을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4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을 탑재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현 시국과 맞지 않는 행보라는 여론에 판매와 관련 이벤트를 잠정 보류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재 제이쇼핑카드는 서비스 보완을 위해 잠정적으로 판매가 보류됐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본여행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 카드 출시나 일본 여행객들을 위한 마케팅 등이 내부적으로 기획 또는 검토 중에 있었지만 일본의 경제 제재를 계기로 보류됐다”면서 “현재 상황과 맞지 않을뿐더러 무리하게 진행하다 맞을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해 관련 마케팅을 모두 접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업계 분위기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카드사도 있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5일 일본의 ‘오버액션 토끼’ 캐릭터를 카드 디자인에 담은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내년 5월까지 한정 판매되며 주요혜택으로는 대중교통 10%, CGV 35%, 스타벅스 20% 할인 등 10대와 20대 고객이 선호하는 주요 업종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다.

‘오버액션 토끼’는 일본에서 탄생한 캐릭터로 작가는 ‘네모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이 캐릭터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를 배경으로 사용,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욱일기가 그려진 오버액션토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쳐

2017년 1월 1일 ‘오버액션 토끼’의 작가는 ‘욱일기’를 배경으로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버액션 토끼’를 공식 트위터에 올렸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즉각 항의하는 동시에 ‘오버액션 토끼’ 측에 해명을 요구했고 ‘오버액션 토끼’ 측은 결국 하루 지난 2일, 일본어와 한국어로 “연하의 의미로 태양이 떠오르는 디자인을 제작했으나 의도치 않았으며 지적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지적받은 디자인에 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오해를 사게 돼 사과드리며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내 누리꾼들은 좋아했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뤘다.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는 일본 경제 제재 이후에도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오버액션 토끼가 새겨진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 사진=KB국민카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여행, 유통,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주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이 고향인 다양한 캐릭터들 역시 불매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부 인터넷 블로그 및 카페에서는 욱일기 디자인을 배경으로 사용한 것을 문제삼아 ‘오버액션 토끼’를 일본 제품 불매리스트에 포함시켜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민감한 시기인 만큼 기업의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소비자는 “오버액션 토끼가 일본 캐릭터인지 몰랐다”며 “집에서 아이들에게 오버액션토끼 제품은 사지 말라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 창작자의 국적부터 찾아봐야하는 현실”이라며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에 대해 ‘오버액션 토끼’가 욱일기 논란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카드 출시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욱일기 논란이 있었던 캐릭터에 대한 사전 조사와 확인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오버액션 토끼’ 캐릭터가 채택된 것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분”이라면서 “욱일기 논란에 대해서는 각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위로 잘라 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KB국민카드 측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고 과거 욱일기 논란이 있었던 ‘오버액션 토끼’를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사 내부적인 논의가 있는지 묻자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오버액션 토끼 캐릭터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는 아직 없다”면서 “욱일기 논란 여부는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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