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지난 3월부터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가 급물살을 탔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위성백 예보 사장이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해 캄코시티 재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예보는 재판에서 또 패소했고, 다시 한번 열심히 하겠다는 예보의 계획에는 여전히 ‘어떻게’가 빠져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피해자 장영엽 씨(70)는 “은행이 망한다는 걸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나는 은행이 망해서 평생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다 날렸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예보다. 예보는 파산 저축은행 재산을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피해 금액을 되돌려준다. 예보가 캄코시티 재판을 승소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예보가 그간 벼랑 끝까지 내몰린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필사즉생(必死則生)’의 마음으로 재판에 임해왔는지는 의문이 든다. 최근 들어서야 정부와 국회, 부산시와 승소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지만 이미 소송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예보를 바라보는 피해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위성백 사장 취임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거둔 성과는 없었다.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보는 캄코시티 부지 매각가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캄코시티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이상호 월드시티 대표의 비협조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예보의 입장이다.

이제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예보는 항소심에 대한 판결 사유를 분석해 상고를 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러한 전략은 지난 5년간 되풀이됐고 매번 패소했다. 더욱이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업무를 담당하던 예보 직원이 지난 5월 업무 처리 중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예보에 대한 피해자들의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진척 없는 재판에 정부가 직접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와 예보가 재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 것에만 만족하고 과거와 똑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선다면 사실상 피해자 아픔을 ‘관망’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장 씨는 남편의 두툼한 약 봉투를 가져왔다. 우울증과 화병으로 지난 8년째 복용하고 있는 정신과 약이었다. 장 씨도 피해를 입은 뒤 한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장 씨는 “그래도 나는 이 돈을 못 받으면 끝까지 투쟁할 거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 지난 8년간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살필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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