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CEO 리사 수 박사. 사진=AMD 공식 SNS

‘만년 이인자’였던 AMD가 경쟁사 인텔, 엔비디아를 자극하며 CPU, 그래픽카드 등 주요 제품군에서 ‘가격인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CPU 최적화 문제 등이 드러나며 AMD의 약진이 주춤하고 있어 부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성능·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AMD가 CPU의 인텔, 그래픽카드의 엔비디아를 압박하며 컴퓨터 부품 시장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AMD는 먼저 CPU 시장을 노렸다. AMD는 지난 5월 27일 대만 컴퓨텍스 기조연설 무대에서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인텔에 선전포고했다. 특히 라이젠 3세대 CPU는 인텔에 한참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던 싱글 코어의 성능을 개선해 주목을 받았다.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AMD의 CEO 리사 수 박사는 "라이젠7 3700X와 라이젠7 3800X가 각각 인텔 코어 i7 9700K, 코어 i9 9900K와의 비교에서 연산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AMD에 위기감을 느낀 인텔은 기존 제품군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4일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인텔이 주요 PC 제조사들에 데스크톱용 CPU 가격을 10~15%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가격 인하 대상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용 8세대·9세대 CPU다.

AMD는 CPU에 이어서 그래픽카드 쪽에서도 공세를 펼쳤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게임쇼 E3 현장에서 ‘넥스트 호라이즌 게이밍(Next Horizon Gaming)’ 행사를 열고 차세대 그래픽카드 ‘라데온 RX5000’ 시리즈 등 다양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E3에서 AMD는 엔비디아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달 7일 출시된 라데온 RX 5700과 RX 5700xt는 레퍼런스 모델 기준 공시가격은 부가세 제외 각각 379달러(한화 약 45만원)와 449달러(약 54만원)다.

라데온 RX 5700xt와 RX 5700은 각각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2070 및 2060을 노리고 선보인 차세대 게이밍 그래픽카드다. 2070 및 2060과 비슷하거나 일부 앞서는 게임 성능에 초기 출시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책정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엔비디아는 ‘RTX 슈퍼’ 시리즈를 들고나왔다. 기존 RTX 시리즈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일부 사양을 업그레이드했다. 성능에 비해 비싸다는 평을 듣던 지포스 RTX 시리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라데온 RX 5000시리즈를 견제할 계획이었다.

AMD는 RX 5000시리즈 출시 직전에 가격을 추가로 30~50달러 인하했다. 스콧 허켈만(Scott Herkelman) AMD 라데온 부사장 겸 총괄책임자가 자신의 SNS로 “낚았다”고 말할 만큼 AMD의 추가 가격 인하는 엔비디아에 뼈아픈 일격을 날렸다.

이로 인해 2060슈퍼는 엔비디아의 애물단지가 됐다. AMD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RX 5700xt는 2060슈퍼와 같은 가격이면서 2070슈퍼와 비슷한 성능을 내게 됐다. 가성비 면에서 AMD가 압도적인 우위에 선 셈이다.

 

국내 CPU 및 그래픽카드 점유율. 자료=다나와

하지만 안정적인 성능이 문제다. AMD가 당초 공개한 라이젠 3세대 CPU는 출시 당시가 아니라 바이오스 업데이트 이후에야 원래 성능을 내기도 했다.

또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쿨러 ‘블로워 팬’이 성능과 소음에 대한 지적도 있다. 스콧 허켈만 부사장도 “블로워 팬 구조에 대한 많은 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스템에 따른 성능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가장 큰 단점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내 CPU 점유율에서는 라이젠 3세대를 앞세운 AMD가 51.9%로 인텔을 제쳤지만, 불안정한 성능을 가진 점이 부각되며 55%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장 그래픽이 필요 없는 게임용 PC의 CPU로 다시 i9-9900FK가 주목받으면서 인텔의 가격 인하 이슈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카드 쪽은 아직 표준 규격대로 제작된 레퍼런스 제품뿐이라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다. 일반적으로 레퍼런스 제품보다 전체적인 성능과 쿨링이 뛰어난 ‘비 레퍼런스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AMD의 비 레퍼런스 제품은 8월 중순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AMD의 ‘가격 인하 전쟁’으로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살 기회가 늘었다”며 “하지만 아직 성능·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당장 고사양 PC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구매를 그래픽카드 비 레퍼런스 제품의 상세정보가 공개된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