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수람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초강수를 두고 있다.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집값 하락 안정세가 둔화하고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이는 등 다시금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국토교통부가 일찌감치 싹을 자르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정부는 이번 카드를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굳혔다. 단기간 효과에 그쳤던 이제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규제책으로 확실히 시장을 잡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역시 효과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의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는 수요보다 늘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채찍질과 동시에 적절한 당근책이 주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하지만 규제 완화 정책 없이 분양가상한제만 덜컥 시행된다면 서울의 공급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주택공급이 한정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대상 단지들이 수익성 악화 등을 우려해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는다면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만큼 노후된 아파트를 끌어안고 정비사업을 고사하는 단지도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언급된 이후 실제 주요 정비사업 대상 단지들의 집값 상승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각 재건축·재개발 조합장들은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규제 적용 기간을 유예해달라고 청원을 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양가상한제가 실행될 경우 현재보다 분양가격이 20~30%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최근 청약통장 가입에 나서거나 전세로 눌러앉아 일명 ‘반값 아파트’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요자의 움직임도 차츰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인위적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분양가격을 통제할 경우 단기에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거둘지언정 중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일반 분양가를 시세 대비 낮추면 결국 자금력 있는 현금부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청약에 나설 공산이 크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되레 청약 과열만 부추기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예상되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부는 오히려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재건축·재개발 등 공급 주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당근책을 함께 제시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그저 강남을 중심으로 규제 때리기만 일관할 경우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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