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편집국장

지난 12일 오후 7시15분경 서울 남산케이블카가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난관과 충돌해 케이블카에 탑승했던 승객중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여파로 남산케이블카의 운항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이며, 이번 기회에 남산케이블카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1호’ 관광용 케이블카인 남산케이블카 사업은 5·16군사쿠데타 석달 후인 1961년 8월 한국삭도공업이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첫 삭도 사업허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한국삭도공업은 1962년 5월 20인승 케이블카 두 대로 남산케이블카 영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57년간 독점권리를 누리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의 설립자는 대한제분사장을 지낸 고(故)한석진 씨다. 한 씨는 1958년 1월 대한제분을 사직하고, 3년간 관광용 케이블카 사업을 준비한 끝에 정부허가를 받아냈다.

이처럼 한 씨가 5·16군사쿠데타 직후 석달 만에 케이블카 사업을 따낸 것과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고 57년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2015년 4월 ‘남산케이블카운영사업 독점 운영 및 인허가 특혜 의혹 규명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의회 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는 특별한 정황을 포착했다. 한석진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며 설악케이블카 회장을 역임한 고(故) 한병기 전 UN 대사와 친인척 관계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별위원회는 한국삭도공업 및 설악케이블카 관련 진술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질문 했으나, 그들은 친인척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후 한국삭도공업이 먼저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했고, 5년뒤 설악산케이블카가 유사한 사업권 형태를 띠며 사업을 시작한 것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한국삭도공업이 57년간 독점 영업의 혜택을 누려왔던건 법의 허술함 때문이다. 현행법상 궤도사업(케이블카포함)은 관할 지방자치 단체의 승인 및 허가를 받게 되어 있으나 허가 연한에 대한 제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운영권을 허가해 주면서 시한을 제한하는 규정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또 남산케이블카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으나 이 부분에서도 큰 허점이 존재한다. 자연공원법은 1980년에 만들어져 그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사업권에 대해서는 자연공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허점이 한국삭도공업의 57년간 독점 영업권 보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한국삭도공업의 영업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국회의원들이 민간사업자의 사업 연한을 30년으로 제한하는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9개월째 계류중에 있다.

현재 한국삭도공업의 대표는 한석진씨의 아들인 한광수(78)씨다. 한광수 대표는 회사 지분의 20%를 소유하고 있으며, 한 대표의 아들 2명이 각각 15%를, 공동대표인 이강운씨가 29%를, 이씨의 아들이 21%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감사는 한광수 대표의 부인인 이정학씨이며, 한광수-이정학씨 부부는 미국 국적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삭도공업의 매출액은 130억 500만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52억 5천만원이었다. 지난 55년간 이들이 특혜를 이용해 벌어들인 수익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모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국삭도공업 대표이사의 연봉은 5~6억원 사이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고 밝힌적 있다.

년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과 대표이사의 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는 한국삭도공업이 지난해 서울시에 납부한 금액은 3624만원(국유지 사용료)에 불과했다. 이 금액은 영업이익의 1%도 안되며, 대표이사 연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한국삭도공업은 남산케이블카 사업을 57년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돌아가야할 이익금을 편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남산케이블카는 이번 사고 외에도 남산케이블카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일으켰다. 1984년에는 구동축절단사고로 국과수에 수사의뢰를 했으며, 1995년에는 운전자가 혈중 알콜농도 0.093%상태로 운행하다가 케이블카 2대가 승강장을 들이박는 사고가 났었다.

또 2009년에는 강풍이 분다는 이유로 지상 100m지점에서 케이블카를 갑자기 멈춰 승객 12명이 긴급구조되기도 했다.

남산케이블카의 빈번한 안전사고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인 것과 동시에 남산케이블카 사업의 승인 문제를 재검토 하거나 승인 취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빈번한 안전사고를 빌미로 서울시공원관리청과 국유지 관리청이 나서 운영자와 회수문제 및 남산케이블카의 방만한 경영상태까지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7년간 독점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이는 적폐청산을 1번 국정과제로 삼고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물린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는 ‘권력형 적폐청산’을 넘어 ‘생활 적폐청산’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정부는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57년간 독점 영업을 해온 한국삭도공업을 청산해, 그들이 누려온 이익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줘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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