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정부, 외래관광객 유치 ‘숙박업’ 관련 파격 지원
사드·경기침체 여파, 제도 사각지대 놓인 투자자 ‘피눈물’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커’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까지 마련하며 지어 올린 분양형 호텔에 애먼 투자자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분양형 호텔은 아파트처럼 시행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객실별 소유권을 분양받고 위탁운영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배분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이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호텔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2년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연 이명박정부는 2020년까지 2000만명을 달성하겠다며 다양한 관광객 유치 사업을 펼쳤다. 질 좋은 관광을 제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내수진작,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7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르는데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은 현저히 부족하다며 2012년 7월 호텔특별법을 마련하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기존보다 용적률, 건축물층고제한, 주차공간 등 기준을 완화해 상대적으로 호텔 건립을 수월하게 만든 셈이다.

이는 2015년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일명 ‘학교 앞 호텔법’, 관광진흥법 개정안으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정화구역 75~200m 지역에는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호텔을 지을 수 있다. 숙박시설을 건립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이 유리해지면서 전국에는 동시다발적으로 호텔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KB경영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관광숙박업을 운영하는 사업체는 1843개에 이른다. 특별법 시행 이전인 2011년(920개 업소)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중 분양형 호텔은 전국에 150여개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 소재 웨스턴그레이스호텔 분양 당시 홍보물. 사진=배수람 기자

이렇게 건립된 호텔은 관광산업 부흥을 이끌 촉진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유커 특수도 잠시, 2017년 국내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이탈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투자자들을 모아 운영하는 분양형 호텔은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운영전문업체 ‘퍼스트민서’가 선보인 라마다제주함덕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호텔은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서는 특급호텔로 분양에 나설 경우 연 11%가량의 수익금을 매달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 지급된 수익금은 약속된 금액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며 호텔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결국 호텔 시공을 맡았던 유성건설이 운영사인 퍼스트민서에 대한 파산신청을 했고 법원은 지난해 1월 파산선고를 냈다.

최근 인천 영종도 소재 웨스턴그레이스호텔에서도 비슷한 잡음이 새 나오고 있다. 이곳 지역의 SC제일건설이 시공·시행, 세안인터내셔널이 위탁 운영하는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역시 투자자들에게 분양 당시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안인터내셔널은 SC제일건설 대표가 직접 설립한 운영사다.

2015년 분양 당시 해당 호텔은 객실 분양금액의 8%를 다달이 확정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3가지 타입의 객실 분양가는 평균 1억5000만~2억원 선. 확정수익 보장 기간이 끝난 뒤 전년도 벌어들인 수익을 분배하기로 했으나 운영사인 세안인터내셔널은 개업 1년 4개월이 지났음에도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곳 호텔 객실을 1억4900여만원에 분양받은 A씨는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했는데 확정수익금은커녕 이자 낼 돈도 없다. 위탁운영사로부터 받은 금액은 150만원이 채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

운영사들은 사드 여파로 관광객 수요가 준 데다 경기침체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분양형 호텔은 151곳이며 이 중 24곳이 호텔 운영 및 수익금 지급 문제 등 비슷한 논란으로 각종 소송전에 휘말린 상태다. 앞서 소송이 종료된 27개 호텔을 더하면 전체 분양형 호텔의 30% 이상에서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분양형 호텔을 공중위생관리법에 적용을 받을 뿐 실제 계약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들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대 광고 등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로 제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에 그친다. 분양계약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특히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사례처럼 시행사와 운영사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경우 분양계약자들은 호텔 운영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손실만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쉽다.

위탁운영사가 영업신고 후 객실 운영을 도맡아 하는 가운데 수분양자들이 호텔 운영권을 되찾으려면 운영사가 폐업 혹은 영업축소 신고를 해야 가능하며,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직접 운영사를 선정, 호텔 운영에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뒤따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과 레지던스 등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 개선을 위한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 예고됐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총 객실 30실 이상이면 분양신고는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현행법은 바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일 때만 분양신고를 하게 돼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형 호텔과 관련한 문제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분양형 호텔은 죽은 사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분양을 못 하게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를 없앨 수 없다면 정부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정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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