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효성·대한전선 등 건설경기 악화에 울상

극동건설 미분양·차입금 급증 그룹 채무 부담 높이나
진흥기업 토목부진·미분양 적체 재매각설 끊이지 않아

중견 건설사들을 인수한 대기업들이 건설경기 악화로 시름을 앓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한파가 이어지면서 공사미수금이 늘어나고 PF우발 채무 등을 떠안아 현금흐름이 꼬이고 있어 인수에 따른 효과는커녕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웅진그룹이 론스타 로부터 인수한 극동건설, 부도 직전 효성이 사들인 진흥기업, 대한전선이 경영권 분쟁까지 치러가며 손에 넣은 남광토건 등이 합병 뒤에도 별다른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 역시 예상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건설 경기가 불확실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사를 인수한 일부 그룹들이 재매각에 나선다는 등의 얘기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은 5개월 가까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시달렸을 뿐 이렇다 할 사업 시너지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도급순위 30위권의 중견건설사인 남광토건은 지난 2005년 알덱스-에스네트 컨소시엄에 인수된 뒤 외형 확대를 위해 토목 비중을 낮추고 주택사업을 강화했다.

‘하우스토리’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통해 나름대로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최근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부실사업장이 늘어났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2006년말 1500억원에 못 미치던 남광토건의 총 차입금은 2007년 말 2630억원, 올 상반기말에는 4600억원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04년 645.2%에서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403.8%와 361.1%로 낮아졌다. 2007년에 297.8%까지 개선됐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들어 434.5%로 다시 높아졌다.

영업현금흐름은 2006년 202억원에서 2007년 -1560억원, 올 상반기에는 -1760억원으로 악화됐다. 2006년 분양한 부산 서면 아파트를 포함해 대전 문화동, 덕명동, 부평 아파트형공장, 인천계양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공사미수금 또한 지난해 2940억원에 달하고 올 상반기에만 3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경기 김포시에 분양하기로 했던 1152가구도 시장 상황이 악화돼 내년 봄으로 무한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광토건의 이 같은 부진은 대한전선그룹의 재무안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명지건설을 시작으로 잇단 건설사 인수에 나선 대한전선은 올해 남광토건 인수, 영조주택 투자 등으로 인해 작년 상반기 말 5435억원이던 유동부채가 1년 동안 1조4981억원으로 176%까지 급증했다. 84%이던 부채비율도 257%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한전선, 우여곡절 끝 남광토건 인수…향후 전망은 글쎄

웅진그룹이 지난해 론스타로부터 6천600억원에 인수한 극동건설 또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타 건설사에 비해 토목사업 비중이 높긴 하지만, 지난 1년여 간 건축 사업을 확대하면서 분양한파의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은 7월말 현재 전국 2600여 가구의 미분양을 안고 있다. 사업장은 6곳으로 많지 않지만 500가구 이상 대단지의 분양률이 저조하면서 미분양 가구수가 급증한것.

심지어 지난 2월 울산 중구 반구동에 분양한 강변극동스타클래스의 경우 청약률 제로라는 수모를 겪고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5월 분양한 대구 남산동 극동스타클래스 698가구 역시 분양률이 1%여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극동건설에 따르면 현재 시행사를 변경해 내년 중 다시 청약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부문 분양 부진과 함께 일부 준공 현장에서도 공사대금이 장기 미수되고 있고 PF우발채무 발생으로 현금흐름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효성, 진흥 리스크 최악은 아니지만 재무 부담은 여전

올 초 부도직전의 중견건설사인 진흥기업을 사들인 효성도 진흥의 미분양 증가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효성의 주가까지 하락하는 등 골머리를 앟고 있다.

진흥기업 전국 사업장의 미분양 가구수는 7월 말 기준으로 1645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부분인 1509가구가 지방에 남아있다.

부산(363가구), 광주(346가구), 대구(259가구), 전주(232가구) 등의 지역이 주를 이룬다. 이와 함께 진흥기업은 PF 지급보증액이 커 신용경색이 심화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남광토건이나 극동건설이 부진한 주택사업 대신 토목, 해외사업 등의 신규 수주를 늘리는 것과 달리 진흥기업은 토목부문 신규 수준 또한 감소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진흥기업은 2010년까지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6천 가구의 아파트를 추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서울 및 수도권도 분양성공을 낙관할 순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효성 입장에서는 인수 당시 기대했던 기존 자회사 효성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인수 이후 효성은 효성건설PU장을 지낸 김용진 씨를 진흥기업 대표로 앉혔지만 아직 별다른 통합 효과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효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진흥기업의 재매각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증권가에서도 “진흥기업이 부도 위험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미분양 적체와, PF 보증 리스크 등이 여전히 존재해 효성그룹에 재무적 부담을 안겨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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