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간편심사보험은 건강한 소비자에게 보험료 바가지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간편심사보험은 건강한 소비자에게 보험료 바가지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9.07.18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TV나 신문에 “나이가 많아도 지병이 있어도 수술병력이 있어도 암에 걸린 적이 있어도 보험사가 질문하는 3가지만 통과하면 간편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광고가 자주 보인다. 이른바 ‘간편심사보험’인데 유병자(有病者)보험을 말한다. 그동안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서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에게 당연히 희소식이다.

‘보험사가 질문하는 3가지’란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소견 여부 ▲최근 2년내 질병, 사고 관련 입원 또는 수술 여부 ▲최근 5년 내 암 관련 진단·입원·수술 여부를 말하며, 여기에 현재 직업, 운전 여부와 월 소득을 사실대로 보험사에 알려서 통과되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간편심사보험은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틈새시장)이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너도나도 간편심사보험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소비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간편심사보험은 보험사 광고와 달리 썩 좋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명칭만 보고 섣불리 가입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첫째, 명칭부터 잘못됐다.

보험사들이 ‘간편심사보험’이라고 보기 좋게 이름을 붙였지만,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는 보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편심사보험은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서 일반 보험을 가입할 수 없는 소비자가 가입하는 보험인데,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 대신 간편심사보험이란 명칭으로 판매하는 것이므로 본말이 바뀐 것이다. ‘간편심사’라는 명칭은 보험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보험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가입시키려는 꼼수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둘째, 심사를 하는 것은 보험사이고 소비자는 심사를 받는 것이므로 간편심사보험은 보험사 중심의 명칭이지 소비자 중심의 명칭이 아니다.

보험사들이 돈 내는 소비자를 주인으로 배려했다면 ‘간편 심사보험’이 아니라 ‘간편 가입보험’이라고 불렀어야 마땅하다.

셋째, 건강한 자가 가입하면 보험료 바가지를 쓴다. 간편심사보험은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유병자나 고령자가 가입하는 보험이므로 가입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 사항 축소, 일부 질병에 대한 인수심사 생략, 가입연령을 확대한 보험이다. 그러므로 보험료가 일반심사보험에 비해 1.1~2배 비싸다. 건강한 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가입하면 보험사 상술에 낚여 영문도 모른 채 보험료 바가지를 쓰게 되는 것이다.

넷째, 일부 보험회사는 간편심사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심사보험의 보장범위를 간편심사보험보다 축소하거나 비교·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벌어졌다. 더구나 5~10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므로 갱신보험료가 갈수록 인상되고, 고연령으로 갈수록 급격 인상돼 계약 유지가 사실상 어렵다. 중도 해지할 보험이라면 당초부터 가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려 주지 않고 건강한 자, 유병자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판매하여 꿩 먹고 알 먹고 하는 것이다. 건강한 소비자라면 보험료 바가지를 씌우는 간편심사 보험을 가입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TV나 신문 기사도 믿을 수 없다. TV홈쇼핑에는 간편심사보험 광고가 온종일 지겹게 나온다. ‘누구나 간편 가입’이란 문구만 반복하며 사탕발림할 뿐, 건강한 사람은 가입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은 없고, 있더라도 작은 글자의 자막으로 희미하게 보여 주는 게 전부다. 보험료가 일반보험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 알려주는 경우는 물론 없다. 이것도 모자라 “상담 완료 시 선물 무료 증정!”이라고 외치며 보험사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불러 주고 당장 전화해서 가입하라는 것이다.

간편심사보험을 소개하는 각종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다. 상품 가입을 부추기는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다. “보험 가입 문턱을 낮췄다”, “소외층 문턱을 낮춘 보험”, “병 있어도 가입되는 보험”, “진화하는 유병자보험” 등 온갖 미사여구와 칭찬 일색이다.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면 손해이고 보험료가 일반보험에 비해 몇 배가 비싼지 제대로 알려주는 기사는 없다.

이런 기사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뒤늦게 “건강한 사람의 가입 여부에 대해 보험사 확인을 강화하고, 보험사로 하여금 보장범위를 축소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2016.8.3)했다. 2017년 1월에는 보험사들에게 간편심사보험과 일반심사보험의 보험료 및 보장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비교 설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문이다. 보험사들이 건강한 자의 가입을 실제로 얼마나 자발적으로 금지할 지 의문이고, 보험료 및 보장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비교 설명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저 생색내기, 보여주기의 맹탕 대책일 뿐이다. 금감원은 대책 발표 후 2년이 넘도록 보험사들의 준수 여부와 미이행 보험사를 어떻게 조치했는지 밝힌 적이 없다.

정직한 보험사라면 판매명칭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모 보험사의 ‘유병자를 위한 보장보험’처럼 판매명칭을 ‘유병자 간편심사(가입)보험’으로 가입대상자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소비자들이 속지 않는다. 또한 보험료가 일반보험에 비해 몇 배 비싼지도 당연히 알려야 한다.

금감원이 소비자를 보호할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금융꿀팁’이나 발표하며 소비자들에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할 것이 아니라 보험사들에게 선제적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소비자 보호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책상머리에서 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 현혹하는 명칭(간편심사보험)을 중지하고 ‘유병자 간편심사(가입)보험’으로 변경, 사용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아울러 가입대상자를 ‘유병력자 및 고령자’로 제한, 판매하도록 명확히 조치해야 하고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몇 배 비싼지도 명확히 알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소비자들이 속지 않는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파이낸셜투데이

www.f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