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공포의 6월을 지나 하반기를 맞았지만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10일 종가 기준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57.80)보다 1.38% 오른 666.90을 기록했다. 이틀 만에 반가운 상승 마감 소식을 전하며 670선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10일 종가 기준 코스닥은 721.14로 한 달 만에 7.52%나 추락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7월 10일 종가 기준 코스닥은 800선을 넘긴 813.19로 나타났다.

코스닥 부진의 원인으로는 제약·바이오주에 번진 악재가 지목됐다. 실제 제약·바이오주는 연이은 악재로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 4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유통·판매 중지를 요청한다고 밝히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임상 3상 실험을 진행하던 중 인보사에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가 혼입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식약처에 알렸고 이후 해당 제품에 대해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한 것이다. 지난 3일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확정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인 에이치엘비 발 악재가 터졌다. 이날 에이치엘비는 위암 3차 치료제로 개발해 온 ‘리보세라닙’ 임상3상 시험 탑라인 공개에 관한 긴급 설명회를 가졌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임상 과정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한미약품이 파트너사 얀센이 자사에서 도입한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2015년 임상 1상 단계에서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됐으나 임상 2상 시험에서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해 권리를 반환한 것이다.

악재가 계속되자 코스닥 제약 업종 지수도 힘을 쓰지 못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84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제약 지수는 10일 현재 7767.02로 한 달 전(8699.56) 대비 10.72% 추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30조7029억원에서 27조5486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흥망에 좌우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의 비중이 매년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의 시총 비중은 2010년 9.6%에서 지난달 말 기준 11.98%로 상승했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업종에 코스닥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6일 ‘혁신기업 IPO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4차산업·바이오 기업 등이 코스닥에 상장할 때 질적심사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하반기 코스닥 문을 두드리는 제약·바이오 기업도 줄을 이으며 바이오 업종 시총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다. 결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코스닥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코스닥 시장의 미래는 금융당국의 손에 놓였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상장 기회를 늘리는 것이 당장은 코스닥 활성화를 이끄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산업의 임상 결과 등으로 지수 전체가 흔들린다면 시장을 믿고 자금을 투자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춰 제약·바이오의 시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사상누각(沙上樓閣) 같은 코스닥을 막을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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