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에 가려진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늘리기’
노사협의에 가려진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늘리기’
  • 박광신 기자
  • 승인 2019.07.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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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박광신부장
파이낸셜투데이 박광신부장

지난 9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정부의 합의안을 받아들이면서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합의 내용은 소포위탁배달원 750명을 이달 중 배정하고 직종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집배원 238명을 늘리는 등 총 988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집배원들은 이번 합의안으로 집배원들의 업무과중이나 환경개선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노사합의를 통해 위탁택배원 1000명 증원을 시행했지만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숨지는 등 노동여건이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6월 29일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강길식씨(49)의 죽음(과로사추정)이 계기가 됐다. 올 해만 벌써 9번째 집배원의 죽음이며 지난해도 같은 이유로 집배원 25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파업사태에 노조 측 요구의 핵심은 인력 충원이지만, 합의안을 들여다보면 민간전문가와 노사가 1년 동안 마련해 합의한 권고안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다.

현재 집배원의 근무실태를 보면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763시간과는 무려 982시간 차이가 나는 수치다. 직무 스트레스도 집배원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가 집배원은 54.6%, 공공서비스 종사자 52.8%, 공군조종사 49.1%, 소방공무원 48.8%, 임상간호사 47.2%, 원전종사자 38.2% 순이다. 인력 충력과 인력구조 개선만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번 노사합의 내용은 집배원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달 중 충원하겠다는 소포위탁배달원 750명은 대부분 비정규직 위탁택배원이기 때문이다. 위탁택배원은 우체국과 배송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우정본부에 속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집배원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과로사를 막는다며 위탁택배원을 늘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집배원들의 업무환경개선 외에도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구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도 집배원을 적어도 2000명은 증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해마다 비정규직 양산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기관 중 우체국의 비정규직 인원은 무려 20%에 달한다.

1953년 우정노조 설립이 후 계속된 문제 악화에 노조원 투표를 통해 사상 첫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결국 비정규직 인력 충원이라는 똑같은 방법을 답습하고 말았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점차적인 인력 증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파격적 증원은 어렵다고 말한다. 해를 거듭하며 집배원들은 업무과중으로 사지에 내몰리고 있지만 개선 마련이 돼야 할 노사협의는 더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합의사항들을 조속히 이행함으로써 현장에서 많은 업무량으로 어려움을 겪는 집배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으나 항상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뿐이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노조위원회 간부들의 태도 문제도 지적된다. 이동호 노조위원장은 “위탁집배원 750명과 퇴직 후 사라지는 직종 238명을 합쳐 총988명을 집배인력으로 증원하고 우편사업 적자 해결까지 우체국 예금사업의 기획재정부 일반회계 전출 역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대부분의 우정노조원들은 “우리가 원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등에 업은 이번 우정노조의 파업 결의는 소득없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과연 이번 합의안으로 먼저 하늘로 떠난 집배원들의 넋이 달래질까 의문이다.

 

파이낸셜뉴스 박광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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