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사람마다 이름이 있듯이 보험상품도 각각 이름이 있는데, ‘상품 명칭’ 또는 ‘판매 명칭’ 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려면 가입할 보험이 어떤 보험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보험상품의 명칭(이름)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들이 상품명칭을 보고 단박에 어떤 보험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상품 감독규정에 “보험상품은 주요 기능이 상품명칭에 나타나야 하고, 보험상품 심사기준에도 보험상품의 명칭은 보험상품의 특징 및 보장내용에 부합하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모든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간결하고 명확한 상품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2000년대 이전의 보험상품들은 ‘---종신보험’ ‘---연금보험’ ‘---암보험’ ‘---화재보험’ ‘---상해보험’ 처럼 상품명칭에 보험종류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명칭만 보면 무슨 보험인지 알기 쉬웠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자유화를 빌미로 요상한 명칭의 상품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극대화하려고 상품 명칭을 제멋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미사여구의 상품명칭에 헷갈리고 현혹하여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 사례를 몇가지 들어 본다. ‘(무)연금미리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인데 누가 봐도 연금 받는 저축성보험으로 착각한다. 이와 유사한 명칭의 종신보험들이 지금도 여과 없이 판매되고 있다. 생보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종신보험에 연금전환특약을 부가해서 ‘연금받는 보험’으로 둔갑, 판매하는 것이다. 종신보험이 연금보험에 비해 사업비가 2~3배 많이 떨어지므로 연금보험 대신 종신보험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설령 소비자가 종신보험으로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보험에 비해 75%에 불과하고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도 크게 적다. 그러므로 보험사 이익을 위해 소비자 희생을 강요하는 보험이다.

‘(무)The TOP 변액유니버셜 CI통합종신보험’은 변액보험? 유니버셜보험? 아니면 CI보험? 종신 보험? 보험을 모르는 소비자는 외계어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증증 치매만 보장하는 보험은 ‘중증치매 보험’으로 명칭을 정했어야 마땅한데, 치매보험이라고 판매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속을 수밖에 없다.

‘(무)100세행복플러스II보험’은 명칭만으로는 무슨 보험인지 알 수 없다. ‘행복플러스’는 상품 기능과 상관 없는 추상명사로 미사여구의 명칭에 불과하다. 직장인 단체보험은 단체가 가입하는 보험인데 보장인지 저축인지 알 수 없다. (무)성공날개企UP사랑보험도 무슨 날개로 기업을 사랑 한다는 것인지 명칭을 아무리 살펴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부 손보사들은 상품명칭과 다르게 변칙 판매하기도 한다. ‘어른이 보험’이 그것인데, 어린이보험의 가입 연령을 30세로 높여 어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돈벌이만 된다면 어린이 보험을 어른들에게 판매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린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금융감독원은 2013년에 보험사들에게 “상품 명칭이 상품 내용과 불일치 되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품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없으니 달라진 것은 없고 갈수록 소비자를 현혹하고 헷갈리게 하는 상품명칭들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상품의 내용과 명칭을 잘 모르고 가입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가입자들이 금융소비자원에도 피해 구제를 상담해 온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종신보험을 종신토록 연금 받는 보험으로 알고 있는가 하면, 변액보험 가입자가 변액의 뜻을 모르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TV홈쇼핑의 간편심사보험이라는 호들갑스런 광고에 속아서 비싼 보험료로 바가지를 썼고, 보험료가 싸다는 말에 저해지·무해지 보험을 가입했는데 해지하고 보니 ‘개 털’이 되었다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제멋대로 사용하는 상품명칭으로 인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은 보이지 않는다. 보험상품의 명칭조차 믿을 수 없고 기댈 곳이 없으므로 소비자들은 각자 도생 할 수밖에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 상품 명칭을 명확히 알고 가입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보험사들의 미사여구 상품 명칭에 속지 말아야 한다. 보험상품의 명칭이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더라도 소비자가 조금만 관심 갖고 주의를 기울이면 현혹되지 않는다. 상품 명칭은 통상 ① 배당 ② 회사명 ③ 부가 기능 ④ 주보험의 보장 기능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면 된다.

① ‘(무)’는 무배당보험을 줄여서 표시한 것으로 배당을 하지 않는 보험이란 것이다. ‘무배당’을 상품 명칭의 마지막에 놓는 경우도 있다.

② 회사명인데, 상품명 앞에 보험회사 이름을 붙이므로 어느 회사 상품인지 알 수 있다.

③ 부가 기능에 변액·유니버셜·방카·다이렉트가 있는가 하면, 각종 미사여구 문구가 들어 있다. ‘소중한 나를 위한’, ‘누구나 원하는’, ‘한번 더 보장받는’, ‘파워’, ‘필요한’, ‘알찬’, ‘좋은’, ‘든든한’, ‘플러스’, ‘스마트’, ‘실속’, ‘밸런스’, ‘퍼펙트플러스’는 물론 꿈, 희망, 행복, 사랑, 기쁨 가득 등과 같은 추상 명사가 그것인데, 불필요한 군더더기에 불과하므로 완전 무시해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④ 주보험의 보장 기능이다. 상품 명칭은 반드시 주보험 기준으로 작성하고, 주보험의 상품내용에 따라 명칭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명칭의 맨 뒤에 ‘○○보험’을 보고 이 보험이 어떤 보험인지 보험종류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이 종신이면 종신보험이고, ‘○○’이 연금이면 연금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에 연금, 생활비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연금보험이 아니라 종신보험이다. 연금보험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⑤ 상품 이름 뒤에 숫자가 들어간 경우도 있는데, 해당 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년도와 달을 뜻한다. 예로 ‘(무)3대질병보장보험1607’의 경우 2016년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돈 내는 소비자들이 주인인데 주인 대접은 받지 못할 망정 보험사들의 돈벌이 상술에 농락당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사들 스스로 상품 명칭만 올바로 사용해도 소비자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소비자 현혹하는 미사여구의 상품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미사여구 상품명칭을 강력 금지시키고 간결, 명확한 명칭을 사용하도록

조치해야 하고, 수수료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변칙의 상품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가입 목적에 적합한 상품을 우선 판매하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 놔야 한다. 현장의 깨진 유리창을 고치는 것이 먼저인데, 매번 ‘금융꿀팁’이나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에게만 조심하라고 당부할 일이 아니다. 금융개혁이니 소비자 보호니 입으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눈 앞의 깨진 유리창부터 당장 갈아 끼워야 할 때다.

오세헌 보험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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