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뱅크 컨소시엄 TF 해체…부동산신탁업 이어 신사업 확보 제동
2Q 실적 흐림 전망에 2년차 이현 사장 ‘근심’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키움증권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이현 키움증권 사장이 여전히 권용원 전 키움증권 사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종합증권사로서의 도약과 수익 안정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가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 ‘키움뱅크(가칭)’을 위해 조직했던 키움뱅크 컨소시엄 TF(태스크포스)를 최근 해체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키움증권은 SK텔레콤, KEB하나은행, 세븐일레븐, 롯데멤버스, 11번가, 하나투어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업 계획상 혁신성 부족을 이유로 키움뱅크를 예비인가에서 탈락시켰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인터넷은행 인가 재추진 일정을 공고하고 10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연내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TF 해체 소식이 알려지자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 참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특히 키움증권이 오는 9월까지 자사주 405억원 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터넷은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참여 포기설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초 키움뱅크 TF는 예비인가를 위해 구성된 것으로 인가를 받지 못해 해체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0월에 예비인가를 신청받기 때문에 기간이 많이 남았다”며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사업 추진이 연이어 암초를 만나자 일각에서는 이현 키움증권 사장이 권용원 전 키움증권 사장 겸 현 금융투자협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당초 이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장수 CEO 반열에 오른 권 회장이 온라인 증권사로 시작한 키움증권을 업계 10위권의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2009년 사령탑에 오른 권 회장은 당시 자기자본이 4886억원에 불과했던 키움증권을 2017년 말 1조3981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게다가 매년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권 회장이 금투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사장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 사장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키움증권은 장기간 브로커리지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는 등 브로커리지 수익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주식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감소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키움증권은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 본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고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해당 매물은 독립계 신생 사모펀드(PE)인 뱅커스트릿에게 넘어갔다.

부동산신탁업 진출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신규 부동산 신탁사를 모집하자 마스턴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함께 에이엠자산신탁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탈락했다.

간신히 방어하던 실적에서도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026억원, 순이익 1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3%, 77.4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분기별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키움증권의 2분기 순이익이 전분기(1587억원) 대비 49.9% 하락한 79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이투자증권도 키움증권에 대해 전분기보다 64.08% 하락한 572억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이 금리보다는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주식시장에 연계된 PI 투자 및 수익증권 보유 규모가 커 2분기 특징인 금리의 큰 폭 하락과 부진한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키움증권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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