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5년까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전면 ‘의무화’
첫 고층 친환경 스마트아파트 첫선, 활발한 민간참여 기대
“일반 건물 대비 초기 투자비용 높아…관련 인센티브 마련 필요”

서울 노원구 제로에너지 주택 '이지하우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상 기후 현상 및 미래 에너지 고갈 문제로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스마트사업 개발 등 움직임이 산업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택시장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관리비는 절감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 단지 구축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건설사들은 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특화 기술을 도입,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 및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홈 IoT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건설사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나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 에너지 고갈 염려 없는 제로에너지 단지 구축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단열·공기 유출 차단 강화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이다.

내년부터 정부는 1000㎡ 이상 공공 건축물을 시작으로 제로에너지 건축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2025년부터는 민간에도 이를 전면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 정책과도 방향이 일치해 순항이 예상된다.

관련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과 함께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국내 첫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가 준공돼 지난달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고단열·고기밀 등 패시브 공법과 고효율 기기,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액티브 공법 및 에너지 최적제어를 위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첨단 공법이 적용돼 공동주택으로는 처음으로 제로에너지건축 5등급을 취득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전경. 사진=국토교통부

이곳 단지의 에너지자립률은 23.37%에 이르는데 단지 내 설치된 태양광·연료전지 등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는 공용부에 사용되는 에너지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기존 공동주택 대비 약 50% 수준의 1차 에너지소요량을 달성, 인근 공동주택 평균 대비 전기에너지 평균 50%, 난방에너지 약 30% 등이 각각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사에서 이 같은 에너지 감축 시스템을 공동주택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KCC건설은 2017년 국토부와 함께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일원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증단지인 ‘이지하우스(EZ House)’를 선보인 바 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전용 39~59㎡, 총 121세대 규모 임대주택 단지인 이지하우스는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 5대 에너지 제로화를 목표로 마련됐다.

이지하우스는 동일 규모 주택(2009년 기준) 대비 5대 에너지에 연간 약 97만원 수준의 절감 효과를 꾀한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KCC건설은 관련 사업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광교신도시에 건립 중인 경기도 신청사의 에너지자립률 60.54%를 달성하며 지난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예비인증 3등급을 획득한 태영건설도 에너지자립형 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영건설은 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으로 경남 양산시 사송신도시에 짓는 ‘사송 더샵 데시앙’에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한다. 주동 옥상에 단위세대 조명 부하의 20%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적용, 에너지 및 전기료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을 재개발한 ‘주안 캐슬&더샵’에 대기전력차단 시스템, LED 조명 100% 적용, 스마트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 빗물 재활용 시스템, 에너지 절약형 설계 등을 적용한다.

그동안 공공 건축물 및 소규모 단지에서 시범 적용되던 이 같은 사업이 고층형 공동주택에 적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만큼 민간참여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주변 공동주택 수준의 분양가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해결과제도 남았다. 통상 제로에너지 적용 건축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이를 회수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건설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점이다.

2025년까지 민간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전면 의무화하겠다는 정부의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원혜택이 확충돼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제로에너지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나 적절한 속도인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민간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단지별 초기투자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도심 노후건물을 바꾼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된 조건을 줄여주는 것들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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