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1년 반, 비인기종목 알렸지만 관심은 ‘뚝’
컬링·봅슬레이·스켈레톤·스노보드·아이스하키, 국제 무대서 잇따라 좋은 성적
각 연맹도 물심양면으로 선수단 지원
전문가 “아직 갈길 멀어, 선수층 및 경기력 확대 절실”
“체험 프로그램 제공 등 일반인 관심 높여야”

지난 2월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식’에서 강원도립무용단이 축하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평창올림픽은 국민들에게 비인기 종목의 가능성을 알린 값진 계기가 됐다. 인기와 상관없이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선전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고, 관심이 식은 지금도 좋은 성적을 알리고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각각의 연맹들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평창올림픽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창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따내며 ‘영미’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여자컬링은 최근 협회장의 비리와 선수단 폭언 등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이 지난 4월 1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로비에서 열린 팬사인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대표팀과는 다른 선수 구성이지만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포인트를 대거 획득하며 지난 3월 28일 세계계컬링연맹이 발표한 여자컬링 세계 랭킹 포인트에서 65.907점으로 스웨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역시 지난 3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봅슬레이는 전체 7위를 기록했으며, 스켈레톤의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는 전체 합계 3분 28초 99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 건재함을 보였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스키 종목 사장 최초의 은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는 이후 치러진 FIS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의 스노보드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만 유난히 인기가 없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4연패를 기록하여 조별 탈락을 맛봤지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에서 3위에 오른 한국은 2019년 랭킹 17위를 기록하여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설움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데는 연맹들의 지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대한체육회를 통해 전담팀을 꾸려 선수단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또 비리로 얼룩진 협회 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협회장을 김재홍 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으로 바꾸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김재홍 협회장은 “컬링을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국제대회의 유망 메달종목으로 믿음이 가도록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정책으로 선수단을 지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3월 9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남자 4인승 봅슬레이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첨단 기술 기반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 사업에 선정돼 향후 5년간 인재 발굴 육성과 경기력 향상 시스템을 시작한다. 추가적으로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 대학원과 MOU체결를 체결하는 등 선수들의 성적과 기술적인 부분의 향상, 그리고 부상 후 관리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후원사로 신한금융그룹을 등에 업은 대한스키협회는 2015년부터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왔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서머 스키장 훈련시설인 PISLAB과 협약을 통해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고, 한국원자력의학원과의 공식 의료지원 협약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부상 치료의 길을 열었다.

지난 2월 8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올림픽 개최 1주년 기념 레거시컵 2019 KB금융 아이스하키 캘린지 대회 한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일본을 2대0으로 제압한 한국팀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한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KB금융그룹과 DHL의 후원으로 선수단의 성적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국민적 관심이다. 피겨나 스피드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동계 스포츠 종목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평창올림픽 당시 온 국민이 울고 웃었음에도 각각의 종목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지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좀 더 다양한 측면의 지원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원대학교 올림픽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석표 교수는 “각각의 방안으로 힘쓰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선수층의 확대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비인기 종목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알맞은 환경과 지도자를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손창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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