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 영업점 방문 고객 줄어
-수익성·접근성 낮은 ‘은행 점포 통·폐합’
-운영시간은 ‘탄력’, 점포에 ‘특색’ 입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은행 점포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고객의 발길이 뜸해진 일반 영업 점포에는 통·폐합을 실시하는 한편 특화점포를 내세워 오프라인 영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은행 점포 수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 지점과 출장소는 2012년 7698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리막에 접어들며 지난해 말 총 6771개로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에는 추가로 28개의 점포가 줄어 전체 은행 점포 수는 674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4699개였지만 지난 5월 기준 4682개로 감소했다.

은행들의 영업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고객들의 방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 앱이 자리 잡으면서 고객들은 모바일을 통해 이체·송금 및 계좌 조회 등의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핀테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은행 앱의 편리성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어 영업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결국 은행들은 수익성과 접근성이 낮은 점포를 통·폐합시키고 불필요한 영업 손실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점은 은행이 직접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또한 대출과 같은 업무는 영업점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점포 운영을 배제한 채 은행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KB국민은행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탄력점포다. 사진=임정희 기자

이에 은행들은 기존의 점포 운영 원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효율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우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던 은행 점포들이 고객의 수요가 높은 시간에 탄력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저녁이나 주말에도 운영하는 탄력점포 덕에 평일에 일하는 직장인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은행을 방문하기가 편리해졌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을 겨냥한 특화점포는 일요일에도 점포를 운영한다. 주로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해있는 지역인 경기도 의정부시나 안산시, 평택시,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경상남도 김해시 등에 특화점포가 위치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증가하면서 해당 고객들의 금융 서비스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주로 송금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외국인 고객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국내은행의 현지법인 은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중요 고객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잠실롯데월드몰점은 ‘크리스피스림도넛’과 NH농협은행 역삼금융센터점은 ‘디 초콜릿 커피 앤드’와 함께 은행을 운영한다. 사진=임정희 기자

문화적인 요소를 더해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친밀도와 집객력을 높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잠실롯데월드몰점과 동부이촌동점에서 각각 ‘베이커리 인 브랜치’, ‘카페 인 브랜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잠실롯데월드점에는 ‘크리스피크림도넛’ 위치해 있으며 동부이촌동지점에는 카페 ‘폴바셋’이 은행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농협은행 역삼금융센터점을 방문하면 카페 ‘디 초콜릿 커피 앤드’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은행 잠실롯데월드몰점을 방문한 A씨(27살)는 “우리은행이 주거래 은행은 아니지만 급한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며 “다른 은행들처럼 삭막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좋고 이런 은행이라면 다른 은행보다 자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컬처뱅크 강남역점에 방문하면 카페와 편집숍 ‘29CM’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임정희 기자

하나은행은 ‘컬처뱅크’사업을 통해 은행을 트렌디한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하나은행은 ▲방배서래 1호점(공예) ▲광화문역 2호점(힐링서점) ▲잠실레이크팰리스 3호점(가드닝) ▲강남역 4호점(라이프스타일편집숍) ▲천안역지점 5호점(외국인 복합 문화 공간) 총 다섯 개 지점의 컬처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컬처뱅크 4호점을 방문한 고객 B씨(38살)은 “해당 지점은 처음 방문해봤는데 다른 은행과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서 놀랐다. 지루하고 딱딱한 은행 분위기와는 달리 더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좋은 것 같다”며 “은행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 이런 은행이라면 더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색적으로 꾸며진 은행을 방문한 고객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몇몇 고객들은 은행 업무를 다 본 뒤에도 점포에 머무르며 커피를 즐기거나 쇼핑을 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화점포를 찾은 고객들은 기존 영업점과 다른 분위기에 만족하신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도 대기시간에 대한 고객 불만과 민원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은행 영업점의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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