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자동차 공유산업 최적지로 北 꼽아
북한 주민 이동수단 ‘서비차’…차량공유 사업과 유사
“인프라 턱없이 부족”, 시기상조 의견도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공유차 사업을 하는데 최적지라는 이야기를 남북 기업인·관료 모두에게 들었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던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이다. 최근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남북경협 사업의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이재웅 쏘카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평양을 살펴본 이 대표는 “북한에서의 공유차 사업, 검토할 만 하다”는 의견을 중앙일보를 통해 내놨다. 그는 북한 방문 당시 인재양성과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쏘카는 카셰어링과 택시호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 1위로 꼽히는 쏘카는 모바일 앱을 통해 시간 단위로 차량 이용이 가능한 공유경제 시대를 이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택시호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하며 모빌리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공유경제가 낯선 북한에서도 쏘카의 차량공유 사업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현재 북한 주민 대다수는 ‘서비차’라는 합승개념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등장한 서비차는 영어단어 ‘서비스(Service)’와 자동차의 합성어다.

서비차는 주로 큰 트럭이나 봉고차 등이 사용되며, 주민 여럿을 목적지까지 이동시키거나 택배를 나르는 역할을 한다. 서비차 이용 시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택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쏘카의 차량공유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서비차는 승용차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주민들이 만들어 낸 불법 서비스다. 북한정부포털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자동차 보유 대수(2016년 기준)는 약 28만5000대로, 한국의 1.3%에 그친다. 아울러 고속도로를 제외한 대부분 도로는 포장률이 낮고 (1급도로 40%, 2급도로 7%), 노선 불량 및 노후화로 시속 50km 이상 주행이 어려운 상태다.

쏘카는 북한의 이 같은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비차의 성행은 북한 주민들의 차량공유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재웅 대표는 “(북한 방문 당시) 전력, 도로 등 산업 인프라가 열악했지만 거꾸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쏘카는 현지 법인 설립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는 교통 인프라가 낙후돼 있지만 잠재적인 차량공유 수요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었다. 쏘카모빌리티말레이시아 보유 차량은 지난해 초 200여대에서 1년 만인 올해 초 1000대를 넘어섰다. 고객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이재웅 대표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았고 준비할 숙제도 많지만, 하부구조가 받쳐주면 남북 간 경제 협력모델로서 주목받을 수 있다”며 “북한의 젊은 세대들과 협력 기회를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는 아직 북한에서 공유산업에 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말레이시아와 달리 북한의 경제 수준이 낮은 점, 교통·통신 등 전반적인 산업 인프라가 열악한 점, 주민들의 지역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점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북한은 자동차 공업이 낙후돼 있다. 트럭 및 군수용을 위한 공장이 일부 있을 뿐이다. 이외 승용차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해온다”며 “북한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논하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산업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저에 여러 가지 요건이 형성되야 한다. 쏘카의 경우 기본적으로 휴대전화와의 연동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국가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해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때문에 북한 차량 공유산업에 대해 논하려면 최소 10~2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쏘카 관계자는 “쏘카가 아직 국내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게 많은 상태라 북한 사업에 대해서는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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