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바오·샤오홍슈 등 중국 SNS인플루언서 공략
연이은 ‘왕홍 라이브쇼’ 열풍…롯데면세점 두각 나타내
친근함 장점으로 꼽히지만 위험성↑, “신뢰도 확보 해결과제”

1일 라이브쇼 시작 전 롯데면세점 행사장의 모습. 사진=김민희 기자

중국 내 ‘왕홍(网紅, 온라인 인플루언서)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내 면세업계에서 앞다퉈 ‘왕홍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광객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왕홍 마케팅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왕홍은 왕뤄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인터넷상의 유명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타오바오(해외 직구 서비스), 웨이보(중국 SNS) 등에서 활동하며 최소 5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등과 유사하다.

통상 왕홍은 생방송 왕홍을 뜻하며 중국 내 생방송 플랫폼은 20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중국 주요 SNS유통채널 ‘샤오홍슈’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왕홍을 통한 판매가 일반화됐다. 왕홍이 사용한 화장품과 옷, 음식 등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루이왕에 따르면 2017년 왕홍 팔로워수는 약 4억7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이들의 전체 팔로워 수는 6억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오바오 글로벌 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만여명의 왕홍들은 지난해 1000억위안(한화 약 16조948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높은 왕홍의 영향력은 생방송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왕홍이 방송을 통해 홍보한 제품은 매출 상승과 방문객 증가 등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품 유통이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에서 왕홍 추천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다.

이처럼 왕홍과의 접점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면세업계 곳곳에서는 ‘왕홍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4월 로레알 그룹과 손잡고 왕홍 초청 쇼핑버라이어티 쇼를 진행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월 샤오홍슈에 화장품 ‘연작’ 공식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신라면세점은 올해 초부터 왕홍들과 접촉해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한 왕홍 마케팅을 펼치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1일 알리바바 그룹의 타오바오 글로벌과 협업해 500여명의 왕홍을 초청, 라이브쇼를 진행했다.

초청된 왕홍은 팔로워 200만명 이상의 스타 왕홍으로, 花相公美妆(꽃서방뷰티), 么么小玄子(뽀뽀소현자) 등이다. 이들은 자신의 타오바오 계정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직접 시연하는 방송을 펼쳤다. 행사에 참여한 화장품업체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설화수와 아이오페, 라네즈부터 클리오와 월라쥬 등 토종 화장품 브랜드 23개사다.

라이브쇼에 참여한 왕홍. 사진=김민희 기자

타오바오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왕홍 리원원(李媛媛, 32세)씨는 “원래 화장품 판매를 하다가 기회가 닿아 롯데면세점 라이브쇼에 참가하게 됐다”며 “타오바오 계정을 통해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평균 시청자 수는 10만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의 최대 구매처가 타오바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특히 한국 화장품을 방송을 진행할 때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고, 반응도 매우 좋다”며 “(우리같은) 왕홍을 통해 홍보되는 제품의 신뢰도 역시 높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의 이번 라이브쇼는 지난해 열린 행사의 5배 규모에 달한다. 인기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K뷰티는 물론 롯데면세점의 해외 시장 인지도를 높인다는 복심이다.

다만 왕홍 마케팅이 투자 대비 높은 효과를 창출하는 만큼 위험성도 높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의 과대·허위 광고 및 제품 품질 논란, 사생활 문제 등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왕홍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함 등에서 좋은 영향을 끼치지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검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왕홍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관리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왕홍을 통해 접한 제품을 무작정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라이브쇼에 초청된 왕홍들은 모두 타오바오에서 관리하고 있다. 타오바오에서 방송 채널을 열어줘야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다”며 “앞으로 타오바오와 협력해 왕홍 라이브 쇼를 정기 행사로 발전시키는 등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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