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용산 미술관, 12월까지 바바라크루거 개인전 ‘FOREVER’ 진행
거대한 작품과 기둥을 피해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감상
“바바라 작품에서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

사진=김민희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세계적인 현대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전시에서는 작가 생애 최초의 한글 작품 2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용산 신축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해당 전세에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보인 바바라 크루거의 주요 작품들이 총망라돼 있다. 40여년간 다양한 작업 유형과 일관되고 독창적인 작업 양식을 견지해 온 작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총 4개의 전시실과 ‘아카이브룸’으로 구성했다.

바바라 크루거의 이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작가는 지난 40여년 동안 차용한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병치한 고유한 시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해왔다.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바바라 크루거의 한글 설치 작품인 ‘무제(충분하면만족하라)’는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작품 아래에서 기둥을 피해 움직이는 행위를 통해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바바라 크루거의 오랜 관심을 집약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김민희 기자

4개의 전시실에는 작가의 최근 작품과 더불어 대표적인 작업들의 ‘원형’이 되는 초기 작품 총 16점이 출품된다. 아카이브룸에서는 작가의 육성이 담긴 인터뷰 영상과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작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전시장의 네 벽과 바닥을 텍스트로 가득 채운 작품은 작가가 2017년에 발표한 ‘Untitled(Forever)’으로, 작가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미술관의 소장품이자,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작가는 텍스트의 크기, 배치, 간격 등을 세심하게 디자인 해 강렬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오직 텍스트만으로 건축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바닥의 문장은 조지오웰을 ‘1984’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문학적 영감이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사진=김민희 기자

바바라 크루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 주요 이슈에 대해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다. 큐레이터는 “바바라의 작품에서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의 위협적 요소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기능한다. 눈을 감거나 가리고 있는 작품은 정보와의 접점에서 차단돼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BARBARA KRUGER: FOREVER’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업세계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해, 동시대 이슈들에 대해 깨어있는 감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고자 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시각을 찾아가는 게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한국에서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해당 전시는 여성과 남성을 넘어 계층,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관계에서 잊고 지냈던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번달 2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진행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 및 자세한 사항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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