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예금, 금융실명법 위반…불합리·과오 어디에 말하느냐” 토로
예금·보험·펀드 상품 판매하지만 과기부가 관리

사진=연합뉴스

일반 시중은행 못지않은 자산을 보유 중인 우체국 금융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금,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우체국 금융이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에서는 제외돼있기 때문이다. 정작 이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남도 목포시에 거주하는 A 씨는 2014년 10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 명의로 우체국 통장이 개설된 것을 알고 뒤늦게 검찰에 고소했다.

A 씨에 따르면 자신의 가게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B 씨가 A 씨 신분증을 갖고 우체국을 방문해 A 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 B 씨는 A 씨가 운영하는 가게의 물건 판매 대금 및 본사 정산 금액을 해당 계좌로 송금 받아 약 5600여만원의 금액을 빼돌렸다.

A 씨는 “B 씨가 빼돌린 금액이 물건값이라 때문에 갚을 수밖에 없었다”며 “카드론, 현금서비스, 소상공인 대출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빚을 내서 갚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우체국 직원이 정확한 확인 없이 남성인 B 씨가 여성인 A 씨의 신분증을 제출했음에도 계좌를 개설해줬다는 것이다. B 씨는 통장개설 신청서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연락처도 본인의 것으로 적었다.

이에 A 씨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으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됐다. 이후 다시 우정사업본부로 이관됐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처분하고 징계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검찰 수사 종결 이후에도 답변이 없이 다시금 문의했고 ‘통장개설 당시 담당 직원이 무혐의를 받아 징계를 할 수 없고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며 국민 신문고에 올리라는 우정사업본부 감시실의 설명을 받아들었다.

A 씨는 “국민신문고에 올렸지만 우체국을 관할하는 기관이 표기돼 있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 분류했고 이관을 반복하다 우정사업본부 본청이 아닌 지역우체국 지원과에서 답변을 받았다”며 “제3자에게 불법으로 통장을 개설해 준 사실은 판단되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은 형사처벌의 법령이 없고 과태료 부과 사안이라 불기소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당 직원이 근무하는 목포우체국 감시실 관계자는 “완료된 사안이라 자세한 것을 말하기 곤란하다”며 “해당 직원은 정신적인 피해가 큰 상태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직원은 경징계를 받은 뒤 현재까지도 우체국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국민 대다수가 우체국은 금융기관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금융 및 보험에 관한 불합리함이나 과오는 어디에 물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우체국 금융이 취급하는 자산 규모는 일반 금융사 못지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우체국예금 가입자 수는 1479만명으로 예금수신고는 69조8195억원 규모다. 10년 전인 2008년(46조4000억원)보다 50.47% 늘었다. 보험자산도 보유계약건수 1502만7000건, 총자산 55조2763억원으로 같은 기간 129.36% 급증했다. 상품 종류 역시 38종의 예금상품과 15종의 체크카드, 스마트 뱅킹, 해외송금, 펀드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우체국 금융은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사업과 우체국 보험 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관장하기 때문이다. 과기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에 금융위에 검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종 금융사고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과기부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가 과기부의 소속기관으로 있는 형태지만 사실상 모든 내용을 관리하기 어렵다”며 “과기부 장관이 모든 권한을 본부에 넘겨 우체국 개별 사안은 각 지역 우정청장이 사안에 따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과기부 자체의 업무도 많아 들여다보기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우체국 금융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된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과기부는 우체국 금융에 대해 금융위에 검사를 요청하고 건전성을 감독할 책임이 있지만 실제로 한 번도 검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의 금융검사는 우정사업본부가 금융위에 기본적인 자료만 제출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며 “이 방식으로 10년 동안 진행했고 제출한 자료도 부실했고 금융위의 피드백도 전무했다”며 실질적인 금융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체국이 일반 금융회사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정기적인 감독을 받아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현재 우체국 금융의 소비자 보호에 틈이 생긴 것으로 감독원의 주기적인 관리·감독과 검사를 받아야 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줄일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직원 교육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부와 금융당국은 우체국 금융에 대한 검사에 최근에서야 돌입했다. 지난 4월 과기부가 금융위에 검사를 요청했고 검사 인력 파견을 요청받은 금감원은 과기부와 함께 현장검사를 5~6주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검사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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