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진접읍 일대 국내 최대규모 ‘가구산단’ 조성 계획
폐목재 소각 인한 중금속·발암물질 우려, 전면 백지화 요구 빗발

남양주시가 추진 중인 가구산업단지 사업 조성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사진=독자 제공

남양주시가 추진 중인 진접읍 일대 대규모 가구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뜨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 예정지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광릉숲 인근으로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시는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남양주 가구산업 재배치 용역조사를 실시하고 진접읍 부평리 일대를 사업부지로 선정했다. 진접읍 부평리 산 1-1 일대 56만㎡ 부지에는 2022년까지 주거와 편의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 친환경 가구산단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비(예정)만 1260억원 투입된다.

남양주시는 오는 10월까지 예정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3일에는 시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업 계획에 대한 설명 및 질의 시간도 가졌다. 해당 산단은 현재 관내 흩어진 가구단지를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해 관련 사업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주민들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해당 사업 부지가 광릉숲으로부터 불과 반경 5km 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광릉숲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선정, 2017년 산림청에서 발표한 ‘보전·연구형 국유림 명품숲’으로 꼽힌 우리나라 대표 산림지 중 하나다.

550여년 역사를 지닌 광릉숲은 조선 제7대 왕 세조가 직접 숲을 둘러보고 왕릉 부속림으로 점찍은 곳이기도 하다. 2420ha(헥타르) 대규모 숲이 큰 화재나 훼손 없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 데는 일반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했기 때문이다. 광릉숲에는 현재 6000종가량의 생물종이 서식 중인데 이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주민들은 광릉숲 산림자원 보존을 지속해야 하는 가운데 인접한 곳에 대규모 가구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친환경으로 단지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가구산단 폐목재 소각 등으로 불거지는 환경오염 문제 등을 온전히 해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유네스코 지정이 취소될 우려도 있다.

광릉숲 전경 및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용도구획도. 사진=광릉숲 국립수목원, 독자 제공

실제 400여개 가구공장이 밀집한 남양주 화도읍 소재 ‘마석가구공단’은 연일 뿜어져 나오는 소각 연기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재 등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분진 등으로 일부 주민들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광릉숲 인근 주민 대상 커뮤니티인 오남진접발전위원회 운영진은 “현재 개별 운영 중인 가구 제조업체를 한곳에 모아 산업단지로 집단화하면 경쟁력 있는 가구산업을 육성, 진접읍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지만 설득력이 없다”며 “광릉숲과 연계한 IT·첨단산업 및 관광산업을 개발하겠다면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지는 않았을 거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가구단지에서도 폐수 무단방류, 불법소각, 중금속·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배출 우려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 한곳에 모아두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냐. 세계문화유산 광릉숲은 수류탄을 곁에 두고 있는 것과 매한가지다”라며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부지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주민들은 수입 목재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부 외래 병해충이 광릉숲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아열대기후에서 서식하는 갈색날개매미충이나 미국선녀벌레 등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일부 성충이나 알들이 부화, 확산해 매년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광릉숲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모든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서 수목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사업을 막거나 할 수는 없다”며 “법적으로 산단을 조성하는 데 없고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기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허가가 났다고 판단, 향후 불거지는 문제점은 철저히 대비하자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릉숲 보전을 위해 자연훼손이 우려되는 산업 개발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전이지역을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개인 재산권 침해 등이 문제돼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만약 지자체와 주민들이 협의해 광릉숲 전이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마석가구공단과 같은 규모의 산단을 생각하면 안 된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입주해 깨끗하게 산단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우려하는 병해충 유입 문제 등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광릉숲 인근에는 이미 산단이 많이 들어서 있다. 10월까지 예정된 사업타당성이 통과되면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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