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로 시장 자리잡은 ‘한입제품’
“빨리 쓰고 새로운 제품 산다”…경험 소비 일환

사진=롯데칠성음료

비싸도 용량이 작은 제품을 소비하는 ‘미니족’이 늘어나며 식품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 소용량 제품은 열풍을 넘어 이미 시장 한켠에 당당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소용량 제품은 주력 판매제품 대비 크기와 용량을 줄여 생산한 제품이다. ‘한입제품’, ‘미니제품’ 등으로도 불리는 이들 제품은 작은 크기로 1인 가구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입제품은 주로 음료와 주류, 생수, 우유 등 무겁거나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과나 소용량 제품이 드문 와인 등으로도 그 제품군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한입제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은 바로 탄산음료와 생수다. 롯데칠성음료가 2016년 내놓은 160mL 초미니 탄산음료 ‘칠성사이다·펩시콜라 미니’ 제품은 지난해 기준 각각 약 230만캔, 150만캔이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0%씩 증가한 수치로, 10여개의 다양한 용량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돋보였다.

동사의 생수 제품 아이시스8.0 ‘200mL·300mL’의 경우 지난해 1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로, 생수 매출 신장률 20%의 두 배에 달한다. 경쟁사로 꼽히는 농심 백산수의 소용량 제품(330mL)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생수 전 품목 신장률인 41%를 훌쩍 넘는 기록이다.

주류의 경우 소용량을 넘어서 ‘초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 한 잔 분량인 롯데주류의 ‘옐로우테일 쉬라즈’(187mL), 롯데 아사히주류의 ‘아사히 수퍼드라이’(135mL,), 하이트진로의 ‘기린 이치방 미니캔’(135mL)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오비맥주 ‘카스 한 입캔’(250mL)의 절반 크기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부담 없이, 낭비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용량 제품은 최근 1코노미(1인가구+이코노미) 트렌드와 맞아 꾸준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크기는 작지만 이들 제품 대다수가 대용량에 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 공식 판매몰 기준 100mL당 가격을 계산해보면 백산수 330mL는 113원, 500mL는 80원으로, 아이시스 8.0 300ml는 94원, 500mL는 76원으로 나타났다. 칠성사이다·펩시콜라 160mL는 283원, 245mL는 186원으로 각각 33원, 18원, 97원 가량 비쌌다.

이처럼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한입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는 1인 가구 증가를 기반으로 편의성, 휴대성, 경험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새로운 소비형태가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17년 기준 28.6%로 나타났다. 2000년 15.5%에서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10가구 중 대략 3가구가 1인가구인 셈이다. 1인가구 수 역시 약 562만명으로 2000년 222만명과 비교했을 때 152.6% 증가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는 구매 제품을 본인이 모두 소비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없는 제품의 경우 크기와 용량이 작은 제품 구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개봉한 뒤 오래 두면 고유의 맛이 유지되지 않는 탄산음료와 맥주를 중심으로 소용량 제품이 출시되는 이유다.

또한 소용량 제품을 빨리 소진하고 새로운 제품을 경험하려는 경향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애 교수는 “국내 생산 제품의 경우 품질이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양의 제품을 한 번에 소비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해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 가구가 늘어가고, 한 가구를 구성하는 인원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소용량 제품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며 “업체에서도 이들의 요구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시장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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