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맞은 고원종, 1Q 사상 최대 순이익·신용등급도 상향
성장성 특례상장 무기로 존재감 커져…리스크 관리·노사 갈등 약점

사진=DB금융투자

실적 부진과 노사 갈등 등 각종 악재에도 업계 장수 CEO(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킨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이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IPO(기업공개)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 1분기 순이익 사상 최대…‘성장성 특례상장’ 독보적 존재감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DB금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순이익은 263억원으로 전년 동기(209억원) 대비 25.84% 증가했다. 과거 동부증권 시절을 포함해 1999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업황 부진 등으로 47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DB금투는 자기매매·파생상품·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기매매 부문에서 211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는 전분기(98억원)보다 115.31% 늘어난 수준이다. 파생상품 부문도 70억원의 수익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 40억원보다 75% 증가했다.

자산관리 부문은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1분기 65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IPO 특화 전략이 주효했다. DB금투는 지난해 11월 ‘셀리버리’ 코스닥 상장을 주관하면서 국내 최초로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에 성공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제도는 주관사가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해 상장을 추천하는 것으로 주관사의 추천만으로 적자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 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도 필요하지 않다.

성장성 특례상장제도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증권사의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6개월로 설정했다. 풋백옵션은 기업의 주가가 상장 후 부진하면 상장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제도다.

주관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풋백옵션 기간이지만 DB금투는 성공적으로 IPO를 마무리 지었다.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가 2만5000원으로 확정되며 밴드 최상단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DB금투는 올해 중 바이오 기업 ‘라파스’를 해당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시킬 계획이다. 라파스 상장이 흥행한다면 DB금투가 성장성 특례상장에서 월등한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DB금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어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구조화 금융이나 부동산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특례상장으로 IPO 부문이 두드러지면서 특화 증권사로 평가받았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또 “해외 IPO 같은 경우도 고려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기업 상장에 어려움이 많아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 신용등급 안정적→긍정적 상향…2년째 노사 갈등 지속 ‘약점’

DB금투가 IPO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수익성이 개선됐고 이는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던 이익 창출 능력이 IB 부문의 강화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실제 DB금투는 2015년 85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듬해 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2017년 154억원, 지난해 63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5일 한국신용평가는 DB금투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DB금투의 IB 부문에서의 양호한 실적을 높게 평가했다. 김영훈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2015년 이후 보유 중인 사모사채, 골프 회원권, 종속기업투자 등에서 손실을 인식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며 “그러나 최근 지분손실, ELS 운용손실이 일단락된 가운데 2016년부터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한 IB 부문이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이익창출능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실자산 정리 이후 신규 취급한 자산 및 우발부채의 위험 수준을 감안할 때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익창출 능력이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김 선임연구원은 “2015년 이후 자산운용손실의 발생빈도가 타 증권사에 비해 높았고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IB 부문의 경우 수익 창출에 리스크 부담이 수반되는 만큼 이익 창출 능력의 안정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이익창출능력 저하로 영업이익 축소, 영업 순수익 커버리자 하락 등이 지속되거나 부실 자산 발생, 비경상적 손실 등으로 자본 적정성이 크게 저하되는 경우에는 등급 전망의 안정적 복귀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노조설립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도 봉합해야 하는 문제로 꼽혔다. DB금투 노조는 성과에 따라 최대 70%의 월급을 삭감했던 ‘C등급 제도’에 반발해 창립 36년 만에 결성됐다.

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통해 C등급 제도 개선 등을 이끌어냈으나 노사 간 교섭이 계속해서 결렬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DB금투 노조는 DB금융센터 앞에서 ‘노조설립 2주년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체결! 서울지역 연대투쟁!’ 집회를 개최하면서 9년간 300명이 넘는 직원이 부당해고를 당했고 사측이 노조원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DB금투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임단협 요청이 먼저 와야 논의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요청이 없었다”며 “하지만 사측의 대화의 창구는 항상 열려있고 협상을 진행할 의지 역시 크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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