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기대했으나…재무건전성 악화, 기업가치 ‘뚝뚝’
현대ENG 맞붙은 고척4구역, 설계안·이주비 문제 등 발목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의 성장을 견인할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아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비전 선포, 기존 주거 브랜드 ‘푸르지오’의 대대적인 리뉴얼 등 바쁜 행보를 이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은 기업가치 상승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 1분기 대우건설 재무건전성은 악화했고 실적은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우건설 매출액은 2조309억원, 영업이익은 98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2조6528억원)은 23.4%, 영업이익(1820억원)은 45.9%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494억원으로 지난해 1114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부채비율은 직전 분기 276.8%보다 34.9% 오른 311.7%다, 차입금은 34.5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4.9%에 머물렀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231억원의 적자를 냈다. 시공능력평가 5위권 건설사 중 최저 금액이다. 이는 기업의 수익창출 활동으로 발생하는 현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금흐름이 위축되면 기업의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는 등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본업인 주택사업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6년 3만여가구를 공급했던 대우건설은 지난해 절반가량 줄어든 1만6000여가구를 공급했다. 여기에 그간 전통강자로 자리매김하던 수주시장 내 입지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최근 대우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고척4구역(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 일원)’ 재개발 수주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양사는 차별화된 조건을 내걸며 오는 29일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당 사업장을 프리미엄 단지인 ‘푸르지오 더 골드(가칭)’로 조성하고 강남을 넘어서는 서남부권 최고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미 인근에 고척동 푸르지오, 고척파크푸르지오 등이 자리하고 있어 조합에서는 향후 거대한 푸르지오 단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 충분했다.

대우건설 신사옥 을지로트윈타워 전경. 사진=대우건설

하지만 해당 설계안은 이미 타 사업장에서 제시했던 것과 거의 흡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척4구역에 제안한 설계안의 호텔식 주동 출입구와 문주, 스카이 커뮤니티 등이 앞서 4월 수주에 성공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25-55 일원 ‘장위6구역’ 설계안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태양 빛에 따라 이색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단지 외관 ‘메탈릭 아트월 파사드’ 역시 지난해 성남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에 제시했던 디자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성의 없이 이미지를 그대로 ‘붙여넣기’ 한 대우건설에 불쾌감마저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과 체결한 금융 협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주비 조달을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입찰제안서를 통해 조합에 LTV 40%를 기본 이주비로 지급하고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해 LTV 30%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과 조합 사업비, 조합원 이주비 및 추가 이주비, 분담금 등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 관련 협약을 맺었다는 협약서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배치되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고척4구역 금융 협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조합 사업비라든지 조합원 이주비 조달 등을 위한 협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반적인 금융자문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며 “정비사업에 필요한 이주비·사업비 관련 대출상품은 아예 취급하고 있지 않으며 취급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진실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 대우건설에 대한 조합의 신뢰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추가 이주비 지원이 어려워지면 조합원들의 이주 계획은 물론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우건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러한 악재가 겹치면서 김형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불안정한 재무상태와 저조한 실적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김 사장의 경영능력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우건설은 10여년간의 광화문 생활을 정리하고 을지로 사옥으로 이전했다. 2025년까지 세계 20위 건설사 진입을 목표로 내건 만큼 김형 사장이 새 둥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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