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금융 관심 높아져”, 관련 마케팅 활발
금융지주, 190조 퇴직연금 시장 잡기도 ‘분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위해, ‘조직 개편·수수료 인하·플랫폼 구축’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금융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도 관련 서비스 및 마케팅을 통한 고객 모시기가 활발하다. 특히 190조원까지 팽창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지주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은퇴와 노후를 준비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과 접점이 많은 은행을 내세워 관련 행사 및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의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3040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퇴근 후 100분’과 5060세대를 위한 ‘부부 은퇴교실’ 등의 세미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라는 브랜드 하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KEB하나은행은 은퇴설계 가이드북 ‘Hana 하나 실천해보는 행복노하우’를 발간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50대 중장년 고객들을 위한 공간인 ‘우리시니어플러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은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도 이와 관련한 행사 및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퇴 금융과 관련해 금융지주들이 관심 있게 살피고 있는 시장은 바로 ‘퇴직연금’ 시장이다. 해마다 퇴직연금 적립 금액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은퇴 고객을 잡기 위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퇴직연금의 적립액은 2017년 168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12.8%(21조6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적립액이 2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터라 올해는 무난히 2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01%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같은기간 퇴직연금 수수료율은 평균 0.47%로 높은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은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97.9%의 고객들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금융지주들은 저조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중 10%가 신한은행으로 전체 점유율 2위, 은행권에서는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다른 곳보다 발 빠르게 지난 4월 퇴직연금 부서를 매트릭스 체계로 개편했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퇴직연금 업무를 지주 차원에서 한데로 통합해 집중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지난 16일 신한금융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해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초강수를 계기로 금융지주들 간의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국민은행은 점유율 9%로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신한금융에 이어 금융그룹 내 퇴직연금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KB금융의 자산관리(WM)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새롭게 설치해 퇴직연금 업무에 대한 역량 강화했다. 수수료 인하도 고려 중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통해 지난달 1: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으며 이달에는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시켰다. 모바일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시키는 성과도 거둬들였다. 지난 17일 가장 먼저 퇴직연금 모바일 플랫폼 ‘하나연금통합포털’을 출시한 하나금융은 향후 고객 관리에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34세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의 은퇴 고객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70% 할인해주는 정책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의 우리은행은 2017년 연금신탁사업단을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시킨 바 있으며 현재 퇴직연금부서에서 운영 중인 ‘수익률 전담팀’을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로 옮겨 부서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말 이미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의 수수료를 각각 0.08%p, 0.05%p 인하한데 이어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은 퇴직연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역량과 합리적 수수료 체계, 고객 접점을 높이기 위한 모바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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