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시대 코앞, 연금보험시장은 왜 줄어드나?
초고령화시대 코앞, 연금보험시장은 왜 줄어드나?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6.19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보사 연금보험 초회보험료 2014~2018년 4년새 75.2%↓
보험사,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재무제표상 매출로 인식 안 돼 공급 줄여
저축성보험의 수익성, 보장성보험보다 낮아
금융당국, 보험사들이 다양한 노후상품 내놓도록 유도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령화 시대 대표적인 노후대비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연금보험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도입 예정인 IFRS17과 K-ICS 등의 영향이다. 이에 보험사는 투자형 상품을 확대하고, 금융당국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738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5163만5000명)의 14.3%를 차지한다. 한국이 처음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2000년(7.2%) 이후 20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2배 늘어난 것이다.

또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현재 14.3%인 고령자 비율은 2025년에는 20.3%를 기록,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며 2036년에는 30%를, 2051년에는 40%를 넘겨 2067년에는 46.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는 기대수명 증가 및 출산율 하락에 따라 고령화돼 가고 있으며 가구구조 측면에서도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로 인해 유족을 위한 사망보장의 필요성보다 본인의 노후소득보장 및 건강보장의 필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공적연금의 보장성 약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연금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험사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신규 판매량은 2014년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연금보험시장 부진의 원인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가 일반·변액·개인연금으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2014년 7조359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조2133억원으로 무려 68.5%(4조8226억원)가 줄었다. 같은 기간 연금보험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생명보험의 일반연금이 75.2%나 감소해 전체 연금보험 판매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보험의 수입보험료도 감소했다. 2014년에 36조6515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2018년 28조4816억원으로 22.3% 쪼그라 들었다. 이는 연금보험 신규판매 감소로 인한 초회보험료 축소와 함께 기존 계약의 해지도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보험 판매의 감소 요인은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IFRS17은 보험회사에 적용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으로서 보험회사의 재무 상황을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정한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회계기준을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을 예고한 뒤로 저축성보험의 판매비율을 꾸준히 줄여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에 의하면 저축성보험은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납입했던 보험료를 다 돌려주기 때문에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면서 “보험사가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할수록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IFRS17하에서는 보험상품의 저축부문이 매출로 인식하지 않아 연금보험을 포함한 저축성보험 판매는 매출규모 확대없이 부채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부채 평가시점의 가정을 이용해 부채를 시가평가하기 때문에 확정금리형 또는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저축성상품 비중이 높을 경우 자본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보험사는 연금보험과 같은 장기저축성보험의 판매비중을 축소하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가 연금보험을 부담스러워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향후 도입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영향도 있다.

지급여력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기존에는 회계상 자본항목을 그대로 가용자본으로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자산과 부채의 시가평가에 따른 순자산의 손실흡수성 여부를 판단해 가용자본을 결정한다.

K-ICS가 시행되면 위험측정 방식이 정교화돼 연금보험의 금리위험 부담이 커질수 있으며 장수위험이 새롭게 도입됨으로써 연금보험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자본 부담이 발생한다. 연금보험과 같은 장기저축성보험은 보험료의 대부분이 저축보험료이기 때문에 금리리스크 노출 정도가 보장성보험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의 신지급여력제도라 할 수 있는 솔벤시Ⅱ(SolvencyⅡ)가 시행된 이후 유럽의 보험사들은 금리리스크가 큰 장기 저축성보험 상품 공급을 줄이고 변액보험과 같은 투자형 상품 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연금부채를 다른 회사에 이전하거나 연금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아혼(Aegon)이 요구자본을 경감하기 위해 영국 연금사업의 2/3를 로스시(Rothesay)생명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존재한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저축성보험의 수익성이 보장성보험에 비해 낮아져 보험사들이 연금보험보다는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사망이나 질병과 같은 위험을 보장하는 대가인 위험보험료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연금보험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최저보증이율 인하와 같은 전략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변액연금 등의 투자형 상품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상품의 금리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확정형 상품의 판매를 축소하고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보험사의 부담이 높지 않은 투자형 연금보험을 확대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연계형 연금상품과 같은 하이브리드형 연금보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노후소득과 노후건강을 원하는 고령자에 맞게 연금상품과 건강보험상품을 융합해 판매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한편 보험사의 원활한 연금보험 공급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다양한 연금상품을 제공하고 경쟁을 통해 연금시장이 효율화되는 것은 국가전체의 노후소득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로 하여금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하고 유리한 상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