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5G가 유리”…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이통3사 과한 마케팅
상용화 69일 만에 성과 냈지만, 여전히 연내 안정화 불투명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5G 서비스가 시작 69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겼다.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다. 다만 이는 서비스 만족이 아닌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비롯된 결과여서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통3사는 앞서 4월 3일 5G 서비스 1호 가입자를 탄생시키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 10일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우선적으로 시장 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든 셈이다.

출고가가 각각 139만7000원(256GB), 119만9000원(128GB)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와 LG전자 ‘V50 ThinQ’ 등 5G 스마트폰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출고가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각종 할인 혜택과 리베이트를 동원해 ‘공짜폰’으로 거머쥘 수 있는 편법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8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해당 스마트폰으로 교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스마트폰 교체를 유도하거나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질 정도의 과열경쟁 구도가 짙어지자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한 대리점을 찾은 A씨는 충분한 설명 없이 5G 스마트폰만 추천하는 판매원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통신요금이 부담스러워서 보급형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을 알아보려 대리점을 찾았는데 다짜고짜 갤럭시 S10 5G를 추천해줬다”며 “이통사별 할인 혜택과 지급되는 상품권 등을 읊어주며 ‘무조건 5G가 유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요금에 2만~3만원 정도만 더 내면 (갤럭시 S10 5G를) 공짜로 이용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10만원가량 내는 셈이라 부담스러웠다”며 “그만큼 비용을 내도 당장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없을 것 같아 결국 매장을 나왔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에 앞서 로밍을 신청하기 위해 가입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건 B씨도 5G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B씨는 “출고가에서 얼마를 빼주고 제휴 할인을 받으면 5G 스마트폰이 공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외 로밍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분실이나 파손 부담을 덜어줄 케어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더라”라며 “간단하게 로밍 신청만 하면 끝날 거였는데 불필요한 내용으로 통화가 길어져서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까지 감수하면서 통신사들이 가입자 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초기 단계에 입지를 굳히지 못하면 향후 관련 사업 운용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서비스 품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다. 충분한 기지국 구축과 관련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낸 5G 기지국 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기지국 수는 8만3000여개다. SK텔레콤이 3만5000개, KT는 3만개, LG유플러스 1만8000개 순이다.

전국 LTE 기지국이 44만여개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통신사들은 연내 기지국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AR·VR 등 5G 서비스를 통한 즐길 거리(킬러콘텐츠) 역시 여전히 부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누가 파이를 더 많이 갖고 가냐는 문제다. 당장은 가입자를 많이 확보해야 그만큼 나중에 콘텐츠에 투자할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니 저마다 출혈을 감수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거다”며 “이렇게 공시지원금이나 리베이트를 뿌려서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중에 출시되는 5G 스마트폰에는 이만큼의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G 가입 고객들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그로 인해서 LTE 고객이 자연스럽게 넘어오면 제일 좋다”며 “그렇게 하려면 기지국도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하고 콘텐츠도 훨씬 더 마련돼야 한다. 통신사별 사업이 진척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 조금이라도 빨리 소비자 불편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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