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 ‘라인’으로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 나서
‘라인뱅크’ 출격으로 일본 인터넷은행 진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서비스로 경쟁력 확보할 것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인터넷은행 산업이 활발한 일본에서 구체적인 ‘라인뱅크’ 설립준비에 나서면서 인터넷은행 진출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는 향후 라인뱅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인은 지난해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인터넷은행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7일 ‘라인뱅크 설립준비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라인의 ‘라인 파이낸셜’과 ‘미즈호 은행’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출자했다. 대만에서도 라인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인가를 신청해 둔 상태다.

라인은 특히 일본에서 라인뱅크를 출범시킴으로써 일본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국내보다 인터넷은행 산업이 활발한 국가이며 라인의 본거지인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이 설립되기 시작해 현재 10개의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던 것보다 17년 앞선다. 일본 금융당국은 2005년 비금융 주력자의 인터넷은행 지배를 사실상 인정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으며 이에 유통 및 통신, IT 기업 등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졌다.

또한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는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일본에 라인 본사를 설립하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에 이어 대만 및 동남아에서도 라인 메신저를 출시했으며 이후 게임, 간편결제, 게임, 사진, 영상통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일본에서 점유율 1위 메신저인 라인은 일본 내 월간 이용자 수(MAU) 8000만명에 달하며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한 MAU는 1억6500만명이다. 카카오톡의 경우 국내 MAU는 약 4400만명이며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한 MAU는 5000만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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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모바일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인터넷은행 진출에 나섰다. ICT기업으로서 라인이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라인뱅크 설립에 함께 참여한 미즈호 은행은 일본의 3대 은행으로 리스크 관리 및 안정적인 은행 경영에 대해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즈호 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미즈호 파이내셜 그룹은 자산규모 2000조원이 넘는 일본 내 2위의 금융 그룹으로 라인뱅크의 자본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라인 관계자는 “일본에는 10개의 인터넷은행이 운영 중이지만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행은 없다.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라인의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며 “현재는 일본과 대만에서 라인뱅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보험 및 증권 등 전반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제3 인터넷은행의 유력한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존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인터넷행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규제 강도가 높아 경영환경이 자유롭지 못한 점을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대주주적격성심사에 발목을 잡히며 ICT기업을 최대주주로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ICT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KT와 카카오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34%까지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대주주적격성심사를 신청했으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심사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ICT기업이 주도적으로 인터넷은행 경영에 참여하도록 해 혁신 금융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자 했으나 사실상 ICT기업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해 산업자본의 출자 제한을 풀었다. 이 때문에 라인 파이낸셜이 일본 라인뱅크에 대해 지분 51%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만 역시 인터넷은행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자본이 지분을 6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인 관계자는 “라인뱅크는 라인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국내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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