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전 예보 사장…여신협회장 단독 후보 내정
레버리지 배율 조정 등 현안 산적…협회장 역할론 부각
관출신, “금융당국과 소통원활” VS “금융당국 논리 대변”

사진=연합뉴스

현 김덕수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여신금융협회장으로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최종 후보로 단독 내정됐다. 카드업계에는 산적한 현안 해결과 업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김 후보를 비롯해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등 후보자 3인을 대상으로 면접과 2차 투표를 진행한 끝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김 후보는 오는 18일 열리는 총회에서 97개 회원사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그간 총회에서 최종 후보가 탈락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무난한 통과가 전망되는 이유다.

김 후보는 후보자 중 유일한 관료 출신이다. 1958년생으로 중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다.

김 후보는 재무부 금융정책실 서기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국민생활국 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사무처 처장 등을 차례로 거쳤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최근에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김 후보의 어깨는 매우 무겁다.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에 따라 올해 카드 가맹수수료 수입이 약 8000억원 감소할 전망인데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카드업계를 달래기 위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테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의 요구는 포함되지 않아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달 카드업계는 ▲레버리지배율 6배에서 10배로 확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선 마련 ▲부가서비스 축소 시행 3가지를 금융당국에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시 노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 요구안에 대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지난달 말에 예정된 총파업은 보류됐으나 차기 회장은 이 같은 업계 핵심 건의를 관철시켜야 한다.

김 후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한 카드업권 노조와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해결 과제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관료 출신 인사가 선출될 경우 낙하산 사례로 규정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무금융노조가 협회장 선거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6일 사무금융노조는 “모 후보의 경우 과거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썩은 동아줄을 활용해 회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도를 넘은 부당한 선거 개입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협회장이 선출된다면 차기 협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관료 출신 인사나 금융당국에 빚을 지게 된다”며 “금융당국의 채무자일 뿐인 관료 출신 인사가 선출될 경우 낙하산 사례로 규정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김 후보를 겨냥한 바 있다.

다만 노조는 회추위 투표결과 김 후보가 회장 후보로 내정된 이후, 차기 여신협회장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내정자.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 여신협회장인 김덕수 회장은 민간출신으로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김 후보는 관출신 인사로 금융당국에 업계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등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 처리가 확실한 분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금융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카드산업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라면서 “카드업계가 힘든 시기인 만큼 적극적으로 업계를 대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업계를 대변하기보다 금융당국의 논리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친정인 금융당국에 과연 카드업계를 대변해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관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까지 금융협회 회장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카드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협회장에 나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후보의 회장 취임이 마무리되면 6개 금융협회 회장 가운데 절반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다.

김 후보를 비롯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금융관료 출신인 반면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민간출신 인사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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