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레스토랑·패션쇼·콘서트 등 이종업종과의 협업 봇물
영화 패러디·맛집 추천 담은 이색 보고서도 등장

NH투자증권이 지난 1일 오픈한 팝업 레스토랑 제철식당.사진=NH투자증권

무료 수수료, SNS·유튜브 운영 등 신규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던 증권업계가 이색 마케팅에 꽂혔다. 타사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는 딱딱한 보고서 제목 대신 인기 영화나 유행어를 패러디하는 등의 제목의 이색적인 보고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유진투자증권에서는 ‘트노스의 엔드 게임(End Game)’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놨다. ‘트노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영화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 등장하는 악당 타노스의 이름을 합성한 단어다. 보고서 표지는 타노스의 몸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장식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허재환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 등장하는 타노스에 비유된다”며 “지난달 5일 트위터 하나로 금융시장 분위기를 5개월 전으로 되돌려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경기 침체보다는 아시아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변화와 연준 정책에 대한 압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증시의 상대적인 우위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하반기 코스피 1954~2236pt 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에서도 독특한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4일 이수빈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는 ▲너와는 미래가 보여(덕산네오룩스) ▲기다릴 수 있어(원익IPS) ▲곳곳에 네가 있어(솔브레인) ▲넓어지는 어깨에 기대도 좋아(SK머티리얼즈) ▲같이 걸을까(실리콘웍스) 등 기존 보고서와 다른 제목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제품 체험기, 맛집 추천 등 기존의 무겁고 딱딱한 형태를 벗어난 보고서도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JUUL(쥴)’이 출시되면서 일부 증권사는 제품 체험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과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각각 지난달 24일과 27일 시연 후기를 담은 보고서를 선보였다.

주 연구원은 “니코틴 함량이 낮아지면 담배 특유의 타격감(연기를 마시는 느낌)과 연무량(내뱉는 느낌)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요소들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지만 실제 출시된 제품을 사용해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고 말했고 김 연구원도 “다양한 플레이버, 디자인, 편리함, 매우 미미한 담배 냄새 등이 장점이고 낮은 타격감과 적은 니코틴 함량으로 일반 담배의 대체 효과가 적은 것이 단점이다”며 사용기를 상세하게 전달했다.

사진=DB금융투자

탐방기업 주변의 맛집을 소개하는 내용까지 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DB금융투자는 지난달 29일 ‘탐방 업데이트-6월의 숨은그림찾기’ 보고서를 발간하고 탐방기업 맛집 목록을 적은 도표를 포함했다.

이는 매일 수백 건씩 쏟아지는 보고서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증권사가 발간한 리서치보고서는 총 4만4734건으로 집계됐다.

이색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난 1일 NH투자증권은 팝업 레스토랑인 ‘제철 식당’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열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측은 올해 새롭게 발표한 브랜드 슬로건인 ‘투자, 문화가 되다’를 고객들과 함께 실제로 경험하고 공유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철 식당은 NH투자증권과 지중해풍 퓨전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 이타카와 협업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가 시도했던 이색 마케팅 전략이 올해에도 이어진 셈이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해 6월 창립 56주년을 맞아 한정판 수제 카드지갑 ‘대신 월렛’을 출시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기획됐다.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각각 패션쇼와 뮤직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문화와 금융을 접목해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고객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과 전혀 연관이 없는 음식이나 음악, 패션 등과 협업하면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이종업종과의 협업이 늘어나는 추세다”며 “투자자들 역시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보여 이런 추세가 업계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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