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M&A보다 글로벌로 나아가야”
해외 네트워크 확대로 ‘신먹거리’ 창출
“글로벌과 디지털은 숙명”…‘GLN’ 글로벌 핀테크 사업 확장 나서

하나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지주가 ‘글로벌’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에 힘을 싣으면서 신먹거리 창출에 나섰다. 반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를 통한 전략은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그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발간 된 ‘2018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글로벌 이익 비중을 2025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기준 24개국에 138개의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하나금융은 각 국가에서 현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 해외 법인 및 점포에 현지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고객층도 현지인 위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금융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는 은행업을 중심으로 진출하는 한편 인프라가 취약한 미얀마 및 캄보디아 등에는 마이크로파이낸스 형태로 진출하는 등 국가별 특성에 따라 진출 방법을 달리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하나금융의 글로벌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KEB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513억원의 글로벌 부문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 중 중국과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순익 중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와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이 차지한 순익은 각각 26.3%(135억1300만원), 16.4%(83억9200만원)이었다.

특히 하나금융은 최근 M&A 및 제3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이 불발되면서 글로벌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들은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사업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 M&A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2025년까지 비은행 부문 수익을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지난 4월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MBK파트너스와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M&A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한 지분 투자를 통한 인터넷은행 사업도 불발됐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10%를 투자하며 제3 인터넷은행에 도전했지만 지난달 26일 예비인가 단계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렇듯 수익 다각화를 위한 국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하나금융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달 “인수합병보다 글로벌로 나아갈 것”이라는 김 회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23일, 대만에서 GLN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론칭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은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디지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 역시 “글로벌과 디지털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던 김 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사업 주력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은 자사 지분 20%에 대해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 ‘라인’을 통해 향후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회장이 4년여간 준비해온 글로벌 핀테크 ‘GLN(Global Loyalty Network)’사업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GLN은 전 세계 금융 기관과 유통 기업 등 포인트 사업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하나금융은 GLN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해외에서도 디지털 포인트를 현금처럼 인출·송금·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GLN서비스는 지난 4월 대만에서 처음 개시됐으며 이에 국내 고객들은 대만의 GLN가맹점에서 별도의 환전 없이 모바일 하나머니를 통해 결제가 가능해졌다. 또한 지난달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그룹과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약식을 가졌을 때에도 일본 내 GLN서비스 진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향후 일본은 물론이고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다양한 국가에서 GLN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서 기존 외환은행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발히 활용할 수 있어 글로벌 사업 진출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대만에서 개시한 GLN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며 “앞으로 글로벌 전략에 따라 GLN 플랫폼을 다양한 국가로 확장시키는 등 글로벌 사업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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