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난해 1월 이후 내리막…영업환경 악화 영향
주가 부양 총력전 나선 회장, 시장 영향 미미·전망 ‘쾌청’

조용병(오른쪽)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지주 회장이 나서 주가 부양책을 쏟아내도 경기 침체 및 대출규제 등 영업환경 악화로 좀처럼 반등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지주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종가 기준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해 1월 2일보다 평균 18% 감소했다.

금융지주사 중 가장 많이 내린 곳은 KB금융지주다. 이 기간 KB금융은 6만3100원에서 4만4300원으로 29.79% 감소했다. 지난해 1월 23일 종가 6만86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했고 지난 3월 28일에는 4만65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초 종가 5만900원에서 7일 종가 4만6000원으로 총 26.33% 감소하면서 KB금융의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13일 우리은행에서 사명을 바꿔 우리금융지주로 주식을 재상장한 우리금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상장 첫 날 1만5300원에서 7일 종가 1만3750원까지 하락하며 10.13%의 하락 폭을 나타냈다.

신한금융지주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초 4만9400원에서 7일 4만4900원으로 9.11% 하락했다. 지난 1월 14일 3만8350원으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경기 부진과 기준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이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된 후 6개월 연속 동결된 것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규제가 강화된 현 상황에서 수익성을 떨어트릴 수 있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금리 하락 소수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하반기 금리 하락 시그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자산 경량화 시대로 가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 내 전통 금융업종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투자 기회비용 측면에서 금융업종은 타 성장산업 대비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주가 부양을 위해 각 금융지주 회장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영향이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주 주가 부양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손 회장은 지난 달 3박4일의 일정으로 도쿄와 홍콩 지역을 방문하며 해외 IR을 진행했다. IR은 국부펀드,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등 10개 이상의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미팅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정태(왼쪽)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또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지를 피력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27일 자사주 5000주를 추가로 매입해 총 5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IR을 통해 주가 끌어올리기에 주력했다. 조 회장은 이달 초 호주를 방문해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을 만나 IR을 열였다.이는 지난 4월 북미, 지난달 일본에 이은 올 들어 3번째 출장이다. 윤종규 회장도 올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S CEO 서밋(Summit)'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금융회의(IMC) 등에 참석하면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김정태 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함께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의 두 수장이 동시에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중국 방문에 대해 사전에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며 “특별한 이슈가 있어 방문한 것이 아니라 ‘중국통’으로 꼽히는 지 행장님이 중국의 꽌시(관계)를 챙기기 위해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 회장들의 주가 부양책이 단기적으로 미친 영향은 기대 이하였지만 향후 주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유승창,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안정성과 함께 하반기로 갈수록 높은 배당수익률 및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산건전성 안정화에 따른 대손상각비 하향 안정화가 양호한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개별 지주에 대해서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을 선호주로 꼽았다. 은경완 연구원은 신한금융에 대해 “해외진출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기업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질수록 신한금융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올해 연간 추정 순익을 10.2% 상향한다”며 “명동소재 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부영그룹에게 매각하는 절차가 종결됨에 따라 얻어지는 이익 등이 반영된 것으로 순익 확대는 배당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내 대규모 일회성 이익 발생이 예정됨에 따라 작년부터 검토하던 자사주 매입 실시도 예상된다”며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계속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데 반해 하나금융은 높은 자본비율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자사주를 매입한 사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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