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수송보국 계승, IATA 집행위원회 위원·스카이팀 의장 올라
‘꿈의 항공기’ 도입…일등석 늘려 프리미엄 항공사로 발돋움
新 항공리더 ‘우뚝’ 섰지만…내부 경영권 갈등 해결과제로

사진=연합뉴스

“선대 회장 및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받들어 사업을 이어갈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밝힌 포부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으로 공식 선출됐다.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오랜 염원을 대신 이루며 국제무대에 ‘첫발’을 뗀 셈이다. 해당 총회는 ‘항공 업계의 UN’으로 불릴 만큼 업계 최대 규모 회의로 꼽힌다.

그는 그간 대한항공 대표이사로써 자리하며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보잉 787-9 도입해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또한 여객기 일등석 비율을 늘려 대한항공을 프리미엄 항공사로 만든 장본인이다.

선친 별세 후 공식 석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 그가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문제를 봉합하고, ‘조원태 체제’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발자취

1976년 서울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마리안고등학교,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차장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이직,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에 자리에 올랐다. 2007년부터 한진그룹 IT계열사 유니컨버스 대표로 임명돼 경영일선에 나섰다.

그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대표를 겸직, 대한항공 경영기획 및 화물영업·여객사업을 동시에 맡아왔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으로 승진한 뒤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대한항공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별세한 고(故) 조양호 회장을 이어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오너 3세 경영인이다.

◆경영활동

▲IATA 집행위원 선출·스카이팀 의장 임명

조원태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회 연차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국제무대 첫 데뷔와 동시에 항공업계에서의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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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TA연차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통상 연차총회는 항공산업의 위상이 공고한 나라를 중심으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조 전(前) 회장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8번 연임했다. 특히 집행위원 가운데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으로서 IATA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 연간예산, 회원사 자격 등의 굵직한 결정을 주도해왔다.

해당 총회 의장 역시 조 전 회장이 맡을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타계로 아들인 조원태 회장이 잇게 됐다.

조원태 회장은 “이번 총회는 항공 업계의 기회를 발견하고 위기를 풀어내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발견한 가능성으로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19개 회원사가 속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이끄는 의장으로도 임명된 바 있다. 스카이팀은 그간 사무국에서 의장 역할을 맡아왔지만, 올해부터 회원사 CEO가운데 한 명이 의장직을 맡는 것으로 변경됐다.

▲조인트벤처 및 차세대항공기 도입…‘프리미엄 대한항공’ 도약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함께 지난해 5월 1일부터 태평양노선에서 조인트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조인트벤처는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2인 이상이 설립한 공동사업체다.

두 항공사는 ▲미주·아시아 노선 항공편 공동운항 ▲항공권 판매·마케팅 공동진행 ▲마일리지 적립혜택 증가 등의 협력을 진행한다. 특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해 서비스를 일원화하는 등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향후 미주 도시 290여곳과 아시아 도시 80여곳을 연결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고급화 전략은 2015년부터 이어져 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 비율을 늘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온 바 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등석을 줄이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이어 2017년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차세대항공기 보잉 787-9를 새로 도입했다. 이는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해당 기종은 비행거리가 길면서도 연료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미주노선 탑승률이 높아지며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탑승률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이에 힘입어 비즈니스 이상 이용객의 탑승 수속을 맡는 ‘프리미엄 체크인’ 창구를 늘릴 방침이다.

◆사건사고

▲내부 경영권 갈등 여전

조 회장의 국제무대 데뷔는 성공적이었으나 한진그룹의 내부 경영권 갈등은 여전하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의 경영권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다.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KCGI에게 한진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남매의 지분율은 2.3~2.34%로 큰 차이가 없다. 부친이 남긴 상속비율대로 지분이 돌아가게 되면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은 약 5.95%를, 삼남매는 각각 3.96%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것은 조양호 전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이 29.95%로 집계됐다. 다만 KCGI가 최근 6개월 사이 지분 8%를 매입해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려가는 추세다. KCGI 지분율은 15.98%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내부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악화된 여론…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로 경영권 박탈

앞서 고(故)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로 인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이는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이 박탈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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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2대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주주(7.34%)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두고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을 검토한 것이 해당 사건의 시작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대저택이나 집안일을 맡아 보는 스튜어드(집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 및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했다. 그간 총수일가가 한진칼의 지분을 24.79% 보유, 최대주주로써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연이은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했고,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할 수 있었다.

다만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는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은 국민연금의 칼끝을 피하게 됐다.

▲‘땅콩항공·항피아’…갑질·비리기업 이미지 해결과제로 남아

지난해 4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횡포와 비리 의혹이 연이어 쏟아지며 한진그룹은 위기를 맞게 됐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욕설 횡포부터 밀수, 탈세, 폭행, 배임, 횡령 등 불법행위에 관한 제보가 줄을 이은 것이다.

특히 관세청과 국토교통부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항공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항피아’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한항공은 날개 없이 추락하는 모습이었다.

‘땅콩항공’ 갑질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을 봉지째 가져다준 서비스를 문제 삼아 여객기를 되돌려 수석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해당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어 2018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물컵을 집어던진 ‘물컵갑질’,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욕설이 담긴 녹취록 공개, 고(故) 조양호 회장의 횡령·배임·사기 혐의 등으로 과거의 영광은 빛을 바래갔다.

조원태 회장은 오너일가 횡포 및 비리 사건에서 직접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땅콩회항’ 사건 제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을 일반승무원으로 부당 징계해 논란이 있었다. 세습경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 이미지 회복 역시 조 회장의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평가

자신감과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오너3세들 가운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을 듣는 유일한 인물이다.

‘소통’ 경영을 강조한 만큼 직접 현장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형식을 갖춘 보고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메모 형태의 보고를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의 취미 역시 ‘사진찍기’로 알려졌다. 창업주인 조중훈,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과 동일한 취미다. 사진 촬영을 좋아해 늘 카메라를 지니고 다닌다고 한다. 특히 조양호 전 회장을 존경해 업무 내외적으로 부친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 스카이팀 의장을 맡는 등 업계 주요 자리를 꿰찼다. 부친을 이어 국제 항공시장을 주도하는 인물로 자리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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