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초대형 IB 1호 인가 KB
증자 미룬 신한금투, 연내 인가 불투명
자본규모 4조원 앞둔 하나금투, 증자 카드 만지작

사진=연합뉴스

치열한 금융지주사 경쟁이 초대형 IB로 번지는 분위기다. KB증권이 4대 금융지주 증권사 중 최초로 초대형 IB 승인을 받은데 이어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도 증자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 위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의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규모는 3조2676억원이다. 초대형 IB의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7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다. 연내 증자가 이뤄지면 지난해 3월, 12월 두 차례에 증자에 이은 추가 자본 확충이다. 당시 하나금투는 1조1975억원을 증자한 바 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투도 이에 앞서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자회사인 신한금투에 66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자 결정은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혁신성장 노력에 부응하고 모험자본 육성 강조와 업계의 대형화 추세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발행어음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

이는 올해 초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철 신한금투 사장이 내건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당시 “올해 중 초대형IB가 되길 희망하다”며 “현재 신한금투 자기자본이 약 3조3000억원정도로 초대형 IB요건인 4조원에 조금 모자란데 신한금융지주도 자본확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고 말하며 초대형 IB로의 도약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신한금투에 이어 하나금투도 증자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금융지주사 초대형 IB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승기를 잡은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의 계열사인 KB증권이 두 번의 재도전 끝에 3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3일 KB증권은 ‘KB able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해당 발행어음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어 하루 만에 원화 한도 5000억원을 모두 판매했다. KB증권은 발행어음 1호차가 조기 완판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2회차 발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2조원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운용 자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이 올해 안에 이뤄지는 것은 불투명하다. 신한지주는 지난달 29일 신한금투 유상증자를 이달에서 오는 8월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청약예정일과 납입일은 4일에서 8월 5일로, 신주권 교부 예정일은 이달 19일에서 8월 20일로 변경됐다. 신한금투 측은 증자 이후 추진할 사업계획의 세부이행방안 보완을 위해 납입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6월로 계획했던 증자 계획이 미뤄짐에 따라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도 연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까지 보통 6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나금투는 증자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증자 관련 내부적으로 공유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발행어음 신규 사업자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이 차지하던 발행어음 시장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규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 가속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사인 증권사가 기존의 고객층이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증권업은 은행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지주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무조건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 않느냐”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 물론 경쟁자가 늘어나겠지만 판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쟁은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만 이뤄질 수 있는데 현재 발행어음 시장은 역사가 길지 않아 금리 경쟁 등으로 변화하면 제 살 깍아먹기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