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취약계층인 장애인, 농어민 비교서도 정보화 수준 낮아
구매절차 복잡성·인터넷 사용 미숙 등이 원인
전용 앱, 전용 창구 등 대안 필요

지난해 9월 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18 국민행복 IT 경진대회’ 고령층 부문 응시자들이 시험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으로 고령자의 경제활동 필요성이 증가하고 고령 인구가 주요한 소비활동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중·고령층 보험·금융소비자의 정보격차 실태와 시사점’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격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보격차란 정보의 접근 및 이용이 여러 사회집단 간 동등한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교육, 소득 수준, 성별, 지역 혹은 연령 등의 차이로 인해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에 차이가 나게 되면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정보격차로 인해 중·고령층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편익을 얻을 기회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다른 취약계층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이라 할 때, 중·고령층의 정보화 수준은 63.1로 나타났는데 이는 디지털정보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장애인(74.6), 저소득층(86.8), 농어민(69.8)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치다.

특히 중·고령층의 디지털정보에 대한 ‘접근’ 수준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이용능력’ 및 ‘활용’ 수준은 현저히 취약했다.

일반국민 100을 기준으로 중·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은 90.1로 집계돼 일반국민과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디지털정보를 이용하는 역량 및 활용 수준은 각각 50.0과 62.8로 나타나 접근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 고령층의 정보격차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큰 편으로 저연령층(16~24세)과 고연령층(55~77세)의 인터넷이용률 격차가 OECD 평균보다 높고 영국이나 미국 등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글, 영어, 기술전문용어라는 3개의 장벽을 넘어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보험연구원

정보격차 문제는 고령층의 취약한 금융거래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모바일뱅킹의 경우 20~30대에서는 70% 이상이, 40대에서는 61%가 이용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33.5%와 5.5%로 낮아졌으며 모바일지급의 경우도 20~30대에서 50%이상이었던 것이 40대에서 28%로 크게 낮아지고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8.5%와 2.1% 수준에 불과 했다.

이처럼 고령층이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구매절차의 복잡성과 인터넷 사용 미숙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꼽혔다.

또 ‘2018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고령층 보험소비자에게 정보격차가 존재하며 특히 금융상품 구매 경험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인터넷 혹은 모바일을 통한 금융상품 구매 경험을 살펴보면 20대 27.1%, 30대 34.6%, 40대 19.5%, 50대 6.3%, 60대 이상 1.8%로 나타나 연령별 편차가 심했다.

이같은 결과는 중·고령층의 대면채널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 동시에 보험 가입 시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인터넷 채널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인터넷채널을 통한 가입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20~30대의 인터넷, 통신판매 이용률이 26~32%에 이르는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6% 이하로 낮아져 중·고령층 대부분이 저렴한 수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승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보험산업에서 핀테크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따라 정보격차로 인한 고령층의 보험시장 접근성이 낮아져 금융소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령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근성에서는 중·고령층의 정보격차가 크지 않은 반면 역량과 활용 측면에서 취약하므로 여기에 방점을 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또 다른 대안으로는 고령층의 정보화 수준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과 정부의 노인 등 취약계층의 정보화 교육 장려, 방문 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 제공 방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현금 및 대면거래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의 경우 정보격차로 금융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령층의 이용편의를 증대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핀테크 공급자는 앱 조작이나 기능에서 사용법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 설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 버전의 앱과 더불어 노인층을 대상으로 사용이 쉬운 버전의 앱을 함께 공급하는 것과 고령층에 대한 수수료 감면 혹은 고령층 전용 창구 설치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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