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부터 소형까지,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 ‘10개’
엄격한 규제 탓에 “매수자 찾기 어려워”
장기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도 수두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활한 매각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인수·합병(M&A)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부터 중소형 저축은행까지 약 10개다. 유니온저축은행, DH저축은행, 삼보저축은행 등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대형 저축은행인 OS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OS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각각 자산규모가 2조1648억원, 2조1424억원인 업계 8, 9위 저축은행이다.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업계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다른 업권보다 강력한 규제탓에 경영환경이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의 전국구 영업을 막기 위해 영업구역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서울 ▲경기·인천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개의 권역 중, 허가된 권역 안에서만 영업점을 낼 수 있다. 또한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은 50%, 그 외 지역은 40% 이상 지역 내 대출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기조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있어 대출금리도 그에 따라 낮춰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정부는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기 위해 최고금리 인하 행보를 순차적으로 이어가고 있있다.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24%로 하향조정됐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의 새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M&A와 관련된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지역주의’에 따라 저축은행의 영업권이 확대될 수 있는 M&A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마련한 ‘상호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에 따르면 동일 대주주는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일 대주주가 다수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영업구역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축은행이 직접 다른 권역의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수자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까다로운 인가 조건 때문에 M&A가 엎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실제로 DH저축은행은 매각 추진이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2016년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J트러스트그룹이 DH저축은행을 매수하고자 했으나 금융 당국은 영업구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인가를 불허했다.

지난해 8월에는 솔브레인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솔브레인저가 144억 규모의 매각 계약이 해제됐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2000년대부터 꾸준히 매각을 추진하던 삼보저축은행은 지난해 또다시 매각 의사를 밝히고 매물로 나왔으나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보저축은행은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업활동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민국저축은행과 대한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머스트삼일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이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저축은행은 비교적 사정이 괜찮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달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를 우선매수자로 선정했다고 밝히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내세워 원매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OSB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사모펀드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주로 단기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매수자라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은행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주주가 인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저축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 방향이 저축은행 대형화를 지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매물로 나오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쉽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며 “보통 신규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 진출을 원하거나 동종 업계 내에서 규모의 경제에 따라 M&A에 참여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사실상 동종 업계 내 합병이 어려우며 영업권역이 확대되는 M&A는 불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점은 저축은행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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