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 쑥…수혜주 찾기 분주
‘수출중단’ 희토류·대두 관련주 기대감 물씬
사드 악몽 반복 우려, 중국 소비주 줄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미중간의 힘겨루기에 국내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위축되는 투자심리에 울상을 짓고 있다.

1일 중국 정부는 600억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5140개 품목에 대해 최고 관세율 25%를 적용한다. 이는 최근 미국이 2000억원 달러(약 2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이처럼 양국의 관세전쟁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최근에는 환율과 지하자원까지 갈등이 번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지난해에 이어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성명 발표를 통해 “미국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게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계관세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불공정 거래를 하는 국가의 개별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로 미중의 관세전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발표돼 중국이 표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막상 공개된 환율보고서에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 28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중국에 대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개입은 제한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내세웠다. 지난 29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인민일보를 통해 “중국 인민들은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면 불쾌할 것이다”고 전하며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희토류는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이 약 80% 이상에 달하며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의 3분의 2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증시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증시가 흔들리자 피난처가 될 종목에 관심이 몰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희토류, LNG(액화석유가스), 대두(콩) 등을 대표 수혜주로 지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종가 기준 유니온머터리얼은 전 거래일보다 1.98% 오른 33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니온머터리얼은 희토류의 대체 소재로 주목받는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희귀금속을 생산하는 혜인도 전 거래일 종가(5070원)보다 3.94% 오른 5270원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한 달 전 보다 각각 52.51%, 7.01% 증가하면서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또 31일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관련업체가 급등세를 보였다. 국제 대두 가격이 하락해 원가를 절감하는 등 반사 수혜 기대감도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곡물 수입업체들은 당국으로부터 ‘미국산 대두를 계속 수입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후 미국산 대두 약 1300만톤을 구입했고 이후 1000만톤을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었다.

샘표는 30일 종가 기준 한 달 전 종가 4만900원보다 7.09% 오른 4만3800원을 기록했다. 31일 종가는 4만9250원을 기록해 하루 만에 12.44% 급등했다. 미래생명자원도 이날 하루 전 거래일 대비 7.53% 상승했다.

LNG 업종도 수혜 종목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자 글로벌 LNG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이를 원료로 하는 기업인 한국카본과 한국가스공사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중국 소비주는 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화웨이 퇴출 동참’을 요구하면서 ‘사드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화장품, 관광, 카지노, 면세점 등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의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30일 종가 17만6000원으로 한 달 전 종가(20만8000원)보다 15.38% 하락했다. 토니모리와 에이블씨앤씨도 같은 기간 각각 31.4%, 18.63% 줄었다.

여행·관광 관련 종목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호텔신라는 30일 종가 9만1200원으로 지난달 30일 대비 20.7% 급감했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도 각각 7.59%, 10.11% 주가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끝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협상 타결만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말까지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지만 올해 중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미국이 모든 대중 수입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는 수준에 이르는 등 당분간 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침체라는 시나리오로 인해 탑다운 관점에 의한 업종 배분전략은 어려운 투자환경으로 평가하다”며 “실적 개선과 안정성을 중시한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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