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박람회에 ‘교복·군복 행렬’ 이어져
“취업 정보 얻어갈 수 있어서 좋다”는 고등학생
“전역 이후 진로 고민”이라는 군 장병

'KB굿잡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군인과 고등학생들. 사진=임정희 기자

“이제 저희도 취업에 나서야죠!”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취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군복을 입은 군인 장병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그 사이로 정장을 입은 취업준비생들이 지나갔다.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이틀간 개최된 ‘KB굿잡 취업박람회’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11년에 시작된 KB굿잡 취업박람회는 KB국민은행이 주최하는 행사로 이번에 15회를 맞이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정부 및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업무협력을 체결해 강력한 취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이번 박람회에는 총 250여개의 강소기업들이 참여했다. 특히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 취업박람회에 참여했던 누적 기업수는 2500개에 이르며 누적 방문자도 25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고등학생부터 군인들까지, 취업 준비 걱정 ‘한창’

지난 28일 오후, 박람회장에 들어서니 의외의 풍경이 펼쳐졌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고교 및 대학 졸업자들 등의 취업준비생이 홀에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교복과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박람회에는 250여개 기업들이 운영하는 ‘채용관’과 ‘취업정보관’, ‘컨설팅관’, ‘JOB콘서트’, ‘모의면접관’, ‘AI현장 매칭관’ 등 다양한 부스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일반 취준생을 비롯해 고등학생과 군인들도 박람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교복에 검은 구두를 신고 있던 A씨는 특성화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린다고 알려주면서 가고 싶은 학생들 신청을 받고 있길래 신청했다. 오늘 박람회에 와서 모의 면접에도 참여해보고 자기소개서 첨삭도 받았다”고 전했다.

전역을 앞두고 있는 군인 B씨는 “아직 취업이 코앞으로 닥쳐온 것은 아니지만 전역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박람회에 참여했다”며 “관심 있는 분야의 강소기업들을 살펴보고 제대 이후 관련 분야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국방부는 ‘KB굿잡 취업박람회’의 후원기관이다. 박람회의 참가 구직자 대상도 ‘취업을 희망하는 직업계고 학생, 대학생, 전역(예비)장병, 중장년, 일반인 등’이었다. 통상 대학 졸업자들이 많이 몰리는 여느 취업박람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KB굿잡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임정희 기자

기업체 부스가 모여있는 곳을 방문해보니 고등학생들 및 군인들이 직접 인사담당자를 만나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차례대로 관심 있는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하면서 기업 자료를 챙겨갔다.

취업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부스에는 고등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직접 정장과 면접화장을 준비해 온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면접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퍼스널칼라를 진단해주는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군인들은 전공과 선호 직군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5곳을 추천해주는 ‘AI 현장매칭’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업체 부스를 찾아가기도 했다. 또 아직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다며 직업 심리 검사관을 찾는 군인들도 있었다.

한편, 기업체 외에도 취업과 관련된 기관들이 부스를 운영하며 취업 장려 제도 등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국방부의 육군·해군·공군·해병·특전사 부스에서는 직업군인 모집 안내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도 직업군인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나 일반 취준생들이 상담받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 “나이나 신분 상관없이 ‘준비된 자’가 승리”

컨설팅 관에 방문하니 이력서와 자소서 컨설팅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컨설팅을 진행하는 컨설턴트들은 서울 소재 대학의 ‘일자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주로 대학생의 취업 상담을 돕던 이들은 박람회에서 군인과 고등학생들의 취업 상담을 도왔다. 특히 취업 준비가 한창이라던 몇몇 고등학생들은 직접 준비해온 자소서와 이력서에 대해 첨삭을 받아갔다.

컨설팅 부스를 운영하던 한 컨설턴트는 “오늘 컨설팅을 진행해보니 취업의 성패는 나이나 신분보다는 ‘준비성’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이나 군인이어도 취업 활동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잘해온 친구들의 자소서가 더 훌륭할 수밖에 없다”며 “일례로 오늘 오전에 다녀갔던 명문대생보다 방금 다녀간 고등학생이 작성한 자소서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임정희 기자

특성화계 고등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고3부터 본격적인 취업 활동에 돌입한다. 이날 박람회장에서 만났던 고등학생들은 자기소개서 컨설팅과 모의 면접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군인의 경우 전역 이후의 취업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 당장 취업을 취업을 준비하기 보다는 앞으로 사회에 돌아갔을 때,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나 관련 분야의 취업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고등학생과 군인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성화계 고등학생 C씨는 “고졸 취업자들은 취업 과정에서 대졸자와 함께 경쟁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대졸자에 비해 관련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리다”며 “이러한 이유로 취업 준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사 지원을 할 때도 1차로 고졸 인원을 뽑는 기업을 찾고 그중에서도 적성이 맞는 기업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취업 관련 정보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인터뷰를 한 군인 B씨 역시 “군대에서도 군인들의 진로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른 군인들에게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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