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억원 유상증자 마무리, 관리종목 지정 해제
“톱 10위 증권사로 도약할 것”…NH투자증권 신화 다시 쓰나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수차례 매각설에 시달려온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올해 새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이어 관리종목 지정이 해제되면서 톱 10위 증권사 도약으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통합 NH투자證 안정 이끈 김원규, 신임 대표 취임 “자기자본 1조원으로 키울 것”

이베스트투자증권은 5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홍원식 대표가 물러나면서 올해 김원규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홍 전 대표는 2013년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전신인 이트레이드증권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지난해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김 대표는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명성이 높다. 1985년 럭키증권에 입사한 이래 럭키증권이 LG증권,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 이후 2014년 12월 NH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과의 통합과 안정을 끌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김 대표는 현재 4000억원인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현재 15~20위권인 이익 순위를 상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또 자본 확대와 함께 장외파생, 신탁, 헤지 펀드 등 신규 라이선스의 획득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매년 반복됐던 매각 추진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대주주는 그동안 추진했던 매각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성장전략으로 전환했다”며 “경영 패러다임도 ‘효율성 중심’에서 ‘본격적인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공식적인 취임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말 신임대표로 내정된 이후 업무파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우선 925억50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금 조달을 통해 관리종목 지정 이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대해 사업보고서상 소액주주 소유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100분의 20에 미달해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분산기준은 소액주주의 비중이 20%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처럼 300인 이상의 소액주주가 100만주 이상을 보유할 경우에는 10%를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소액주주 비중은 2.58%다.

이번 유상증자 청약은 1500만주 모집에 9억3197만여주가 접수돼 62.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확보한 자금은 779억원이다. 김 대표 및 임원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1320주의 유상신주를 주당 5190원에 취득했다. 김종빈 부사장은 1만6000주를, 류병희 부사장은 1만2000주를 신규 취득했다.

업계는 이번 증자에 대해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주식분산기준미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유상증자가 완료됨에 따라 지난 16일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게 됐다.

◆ IB 중심 수익 다각화 집중…본부 신설·인력 확충 ‘분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김 대표 취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월에 취임한 만큼 공식적인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내정 이후부터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영향이 일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분기 영업수익은 2585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27억원)보다 6.47% 증가한 24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85% 감소한 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이어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영업수익 현황을 보면 운용 부문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분기 파생상품평가 및 처분이익이 129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금융상품평가 및 처분이익은 82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수익(2585억원) 중 이 두 부문이 수익의 약 80%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우선 과제로 내세운 상태다. 개인 고객 영업에 치중된 구조를 벗어나 IB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가장 중요한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했다. 이번에 조달한 779억원은 IB부문 확대와 자기자본투자(PI) 확대, 리테일과 IT 인프라 투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라이센스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이를 취득하는 데 우선 집중할 예정이다”며 “중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IB와 인프라 위주로 지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IB의 경우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부분이 여전히 많은데 부동산 PF, 구조화 등이 그것으로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IPO(기업공개)도 아직까지 코넥스는 한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해 본 적은 없어 코스닥 IPO를 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도 진행됐다. 공식 취임 전인 지난해 말 IB사업부 대표에 류병희 전 케이프투자증권 IB본부장을 선임하고 김현호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을 IB사업부 내 투자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또 IB 관련 부서도 부동산금융, 금융2팀 등을 추가로 신설했다.

인력도 추가로 확충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2일까지 해외주식과 IB 분야 신입 공채 지원서를 접수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연초에 내세운 ‘자기자본 1조원’은 현재의 증권업 환경이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큰 사업을 하기 어려워 규모를 키워 중형사로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직원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작됐다”며 “1조원은 수치 보다는 소형사와 중형사를 나누는 분기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1조원을 달성하기 보다는 중형사로 커 나가겠다는 대표님의 의지다”며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추가 증자나 M&A(인수합병) 등을 당장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대표님의 임기가 3년인 만큼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