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더페이스샵’ 접고 화장품편집숍 ‘네이처컬렉션’ 전환
“시장 포화상태…핵심브랜드·인기상품 등 매력적 요소 마련해야”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화장품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형확대보다 브랜드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네이처컬렉션(Nature Collection)은 LG생활건강의 계열사 제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현재 더페이스샵과 비욘드, 수려한, CNP차앤박화장품 등 약 20개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은 국내 H&B(헬스앤뷰티)스토어 시장이 성장할 무렵인 2016년 처음 등장해 2017년 본격 출점을 시작했다. 기존 ‘더페이스샵’ 매장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해 출점 속도가 빠른 편이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네이처컬렉션의 점포 수는 381개다. 지난해 180여개에서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머지 더페이스샵 가맹점 역시 협의를 통해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이 편집숍을 늘려가는 것은 국내 로드샵 시장이 침체하고 H&B(헬스앤뷰티)스토어 성장이 두드러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조사 결과 H&B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조7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주요 로드샵 5개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12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다.

소비자 A씨(30세)는 “네이처컬렉션이라는 매장이 있는지 몰랐다. 얼핏 듣고 이름이 비슷한 로드샵 브랜드의 계열사인가 싶었다”며 “아리따움이나 올리브영과 달리 어떤 제품을 주로 다루는지, 어디에 있는지, 정기 세일이나 회원 혜택 등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B씨(33세)는 “지난달 지인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번화가 매장 중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그때 처음 네이처컬렉션을 방문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특징이 없다”며 “여러 브랜드가 모여있었지만 그게 LG생활건강의 제품인 줄은 몰랐다. 매장도 좁아 편집숍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이처컬렉션은 LG생활건강의 계열사 외 타브랜드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해 VT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 협업 제품을 판매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자사 제품이다. 타 브랜드를 속속 들여놓는 업계 추세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페이스샵 매장을 전환했기 때문에 더페이스샵 제품이 네이처컬렉션의 50%가량을 차지한다. 그 외에도 모두 LG제품이다. 타 브랜드를 들여놓을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네이처컬렉션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것은 후발주자로서 점포를 빠르게 확장하고 단기간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전문가는 단순히 계열사 제품을 모으고 간판만 교체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이자녹스, 수려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이 ‘LG화장품’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모기업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데 네이처컬렉션이 자사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다시 말해 네이처컬렉션의 존재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LG제품을 사기 위해 그곳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하나의 전략으로 먹히는 시점도 끝이 났다”며 “이미 경쟁업체들은 핵심 브랜드와 인기상품, 통합회원제도 등을 잘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브랜드를 버리고 네이처컬렉션으로 찾아오게 할 요소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과 업계 1, 2위를 다투는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지난해부터 타 브랜드 제품을 40%가량 취급하기 시작했다. H&B스토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이외에도 메이크업·라이프스타일 특화 매장을 마련해 업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네이처컬렉션이 약 20여개의 브랜드를 다루고 있는 만큼 한두 개 브랜드만 주력으로 밀고 나가기가 사실상 어렵다. 여름에 자외선 차단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처럼 시장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인기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