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文대통령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
청와대·정부·국회·여당 등 광범위하게 포진
‘책임 총리’ 이해찬 대표, 내년 총선 지휘
야인 생활 청산 양정철, 민주연구원으로 복귀
이낙연 국무총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선두
유시민, 대중적 인지도 바탕 지지층 결집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진=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노무현의 사람들’은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이어오기 위해 애써왔다. 한때 폐족(廢族)으로까지 몰렸던 그들은 2019년 현재 화려하게 부활한 상태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노무현의 사람들’을 조명해본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사람 사는 세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 ▲정경유착과 반칙·특혜·특권이 없는 사회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힘썼다.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았고 자연스레 기득권 세력과 강하게 충돌했다.

그의 정치 철학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의 슬로건 ‘새로운 노무현’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 ‘정정당당’의 노무현과 ‘상식’의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우며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직후 맞이한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약 14년 전인 2003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로 나아가자”고 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과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 두 대통령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 집권당 ‘실세대표’ 이해찬, 내년 총선 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나는 같이 겪었던 일이라서 울 뻔했다. 참 치열하게 사신 분이었는데 영화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최근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을 본 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밝힌 감상평이다.

이해찬 대표는 1988년 ‘5·18 및 5공 비리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며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청문회 스타덤’에 올랐다. 2004년 6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정국’에서 복귀한 후 2기 총리로 발탁되면서 ‘실세총리’로 부상했고, 야당 의원들과의 강한 설전으로 ‘버럭해찬’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총리직을 마친 뒤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았고,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뒤에는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과 함께 노무현재단을 출범해 최근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돼 현재까지 집권당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좌파정부 100년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을 위한 정비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 화려하게 복귀한 ‘킹메이커’ 양정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이해찬 대표를 물밑에서 지원할 인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우고 정계를 떠났다가 최근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했다. 민주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다.

양 원장은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친문(친문재인)계다. 그는 ‘양비!’라고 불렸다. ‘양비’는 ‘양정철 비서관’의 약칭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하며 일부 언론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당시 특정 언론사의 담합으로 인해 타 언론사나 인터넷 매체 등의 출입이 막혀 있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노무현재단 설립에 힘을 쏟으며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양 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인재영입과 총선 전략 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양 원장은 지난 13일 “연구원을 총선 병참기지로 만들어 당에 좋은 정책과 인재가 넘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존재감 치솟는 대권 ‘잠룡’ 유시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사람들’ 중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로 불렸던 유시민 이사장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해찬 당시 평화민주당 의원의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며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이해찬 의원은 국회 노동위원회 소속이었고 유 이사장은 이때 같은 노동위 소속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시작됐다.

2003년 4월 제16대 국회의원 고양덕양갑 보권선거에 당선되며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2006년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했다. 장관을 끝으로 유 이사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2010년 경기도지사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결국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이후 작가·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5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5대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재단 이사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한 줄 더 추가했다.

연일 나오는 ‘정계 재진출’설에 대해 부인하느라 바쁘지만, 유 이사장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지층을 결집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치적 기로에 선 김경수·안희정

그림자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정치적 기로에 서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한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 불려 온 안희정 전 지사는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돼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