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경쟁’, 시중은행 침투에 지방은행 ‘위기’
지자체 ‘금고 경쟁’, 시중은행 침투에 지방은행 ‘위기’
  • 임정희 기자
  • 승인 2019.05.2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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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협력사업비·금리’ 파격 제안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입찰에 행안부 나서
“출연금 경쟁, 지방은행에게는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역자치단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인 ‘출연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지방의 지자체 금고 은행을 담당하던 지방은행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은 시중은행이, 그 외 지방은 NH농협은행 및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 은행을 맡아왔다. 금고 은행 선정이 수의계약을 중심으로 진행되온 터라 각 지역 네트워크가 탄탄한 농협과 지방은행이 해당 지역 ‘금고지기’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가 2012년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금고 은행 선정 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꿨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시중은행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 금고 은행 입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총알’을 보유한 시중은행은 그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자체에 파격적인 금리와 협력사업비 등 출연금을 제시하며 입찰에 참여했다. 이러한 ‘출연금 경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신한은행은 1915년부터 서울시 금고를 담당해오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지난해 5월 서울시 제1 금고 은행으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2000억원 많은 3000억원 가량의 협력사업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광주은행을 제치고 광주광역시 남구 금고 은행으로 선정됐다. 광주은행이 광주시에 제안한 협력사업비는 3억원 가량. 국민은행은 8배를 뛰어넘는 25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43개의 지자체 금고 중 ▲농협은행이 165개(67.9%) ▲시중은행이 43개(17.7%) ▲지방은행이 35개(14.4%)를 점유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 본격 뛰어든 만큼 점유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려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거액의 지자체 예산을 운용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의 공무원 및 지역주민까지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은행에 대한 신뢰감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지방은행에게 금고 은행 자리는 더욱 중요하다. 지역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행은 공과금 납무 및 지자체 자금집행을 비롯한 지역 금융 서비스의 업무 비중이 높다. 또한 금고 은행이 시중은행으로 교체되면 기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고객 관리 차원에서도 금고 은행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
사진=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

문제는 지방은행의 자본력이 시중은행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금고 은행 입찰 과정에서 은행들이 사용한 금액은 총 1500억6000만원이다. 가장 높은 금액을 출연한 은행은 지자체 금고 점유율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으로 금액은 533억원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우리은행이 384억원, 신한은행이 198억원을 사용했다. 지방은행은 대구은행이 97억원, 부산은행이 63억원, 경남은행이 45억원, 전북은행이 20억원을 출연한 데 그쳤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해당 지역 지점도 많고 오랫동안 금고 은행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더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금고 은행 선정 시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채, 출연금 경쟁으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지방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고 전했다.

이어 “지방은행이 맡고 있던 지자체 금고를 시중은행에 뺏기면 지방은행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월 11일, 부산·경남·광주·전북·대구·제주은행 총 6개의 지방은행 노사 대표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금고 선정이 출연금으로 정해지고 있다며 지방은행 입장을 반영해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행안부는 3월 21일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개정안’을 내놨지만 출연금 경쟁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협력사업비에 대한 기준인 ‘자치단체와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췄지만 금리에 대한 배점은 15점에서 18점으로 올린 것.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높은 시중은행은 협력사업계획에서 낮아진 배점만큼을 금리 부문에서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등 총 49개 지자체의 금고 입찰을 앞두고 있다. 지방은행은 다가오는 입찰에서 점유 중인 금고를 수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협력사업비 배점이 낮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금리에 관한 배점이 높아졌기 때문에 출연금 경쟁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다”며 “지방은행들도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금고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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