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 성장 돕는 IBK 창공, 임금 미지급 갈등 겪는 스타트업 선정
논란 모른 채 지원 결정한 기업銀…혁신성만 강조한 ‘창공’

IBK기업은행.사진=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이 자사 창업 육성 프로그램에 임금 체불로 논란을 겪는 기업을 선정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선정 단계에서 철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일 기업은행은 창업 육성 플랫폼인 ‘IBK 창공(創工) 구로 2기’에 20개 기업이 최종 선발됐다고 밝혔다. 구로 2기에는 306개 기업이 지원해 15대 1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선정 기업에는 AI(인공지능), IT(정보통신), 친환경 제품 등 기술력과 시장성을 겸비한 기업들이 선발됐다. 기업은행은 이들에게 공유 오피스 형태의 사무공간,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와 연계한 1대1 멘토링,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판로개척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20개 기업 중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AI 기반 스타트업 A사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해 설립한 A사는 3D 얼굴인식, 3D 상품인식, 컴퓨터 비전 및 AI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기업소개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기술은 다양한 무인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으며, 직원 중에는 해당 분야의 석·박사 약 10여명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A사의 전 직원 B씨는 A사로부터 지난 2~3월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파이낸셜투데이에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런데도 구직자 면접을 진행했고 지난 1월 신입사원이 입사했을 당시에도 임금 체불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A사는 1월에는 1월 입사자와 기존 재직자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하지만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A사는 임금 미지급 이유로 “투자사로부터 투자금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어 “3월에도 신규 입사자가 있었다”며 “사측은 1월과 3월에 신규 입사한 직원들에게 투자가 이뤄졌고 거래처가 확보됐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거래처는커녕 투자금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기업은행의 창업 육성 플랫폼에 A사가 포함된 것을 보고 민원을 제기했다”며 “노동부에는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한 상태이고 기업은행 감사원에는 임금체불 기업임에도 육성 기업에 선정된 것을 지적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처리 중이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사용자는 “IBK 창공 스타트업 뽑는 기준에 기업윤리는 없느냐”며 “선정 기업 중 한 곳이 임금체불 기업인데 선정됐다”며 A사를 언급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기업은행과 감사원 등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선정 단계에서 해당 논란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K 창공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창업자의 역량, 제품·서비스의 혁신성,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재무 상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에 무게를 두지 않고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기업은 노동부를 통해 중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창공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고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임금 미지급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무적인 이슈를 선정기준에 반영하기에는 사업 자체도 가능성이 있고 지원을 하면 더 커질 수 있는 기업인데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지원 자체가 어려워 성장을 못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내부적으로 고민 중인 상황이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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