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수람 기자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연일 거세다. 기존 신도시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택지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연말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에 이어 이달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등 총 5개의 신도시 지정을 완료했다. 총 330만㎡ 이상 규모의 이들 지역에는 17만3000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서울과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교통망 구축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를 공고히 하고 무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시장 분위기를 확실히 반전시키겠다는 목표다.

3기 신도시는 자족 기능 강화 및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기존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2기 신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챙기지 않은 채 3기 신도시에만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예상대로 이번 신도시 발표 이후 기존 신도시 곳곳에서는 주민들의 해묵은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번 신도시 지정은 결국 기존 침체된 신도시에 내려진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2일부터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3기 신도시 지정철회를 요구하는 날 선 비판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보 같은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초 신도시 조성 목적을 돌아보면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린 3기 신도시가 채색하기 전부터 진통을 겪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부는 서울로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자 주거와 일자리를 연계한,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조성했다.

그러나 현재 2기 신도시의 경우 지어진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광역 교통망이 온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예정된 공급물량도 남아있어 3기 신도시가 구축될 경우 미분양 사태가 악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1기 신도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서울과의 접근성 문제로 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곳 신도시는 준공 30년에 다다르면서 상당한 노후화도 진행된 상태다. 신도시로 구축된 후 방치된 채 세월만 보낸 1기 신도시는 이제 재건축까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처럼 기 신도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신규 택지지구를 지정하게 되면 정부가 내세우는 주택시장 안정화는 고사하고 되레 지역 슬럼화,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3기 신도시 마지막 퍼즐인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의 경우 이미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해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의 역할보다는 서울로의 출퇴근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도시 건설은 급등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특효약이 아니다. 한 번 지정하고 나면 이들 지역으로 유입되는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기존 신도시의 일자리 창출 방안 및 교통망 확충 계획 등을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 오히려 명약(名藥)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 지역이 제 구실을 하면 신규 택지지구 조성 없이도 서울의 과밀현상을 해소하는 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개인 SNS를 통해 오는 23일 이 같은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과 관련한 입장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기존 신도시에 대한 배려와 3기 신도시와 어우러질 수 있는 상호보완적 대책을 마련, 주택시장 안정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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