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모바일 연계한 증강현실(AR)기술 접목 활발
“3D아바타 넘어 현실감 있는 서비스로 시장 안착해야”

사진=현대홈쇼핑

“지금 판매 중인 바지, AR로 입어보고 구입하세요”

청바지 판매 방송을 시청하던 소비자 A(30)씨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 TV에 전송했다. 홀로그램 또는 아바타 형태로 나타나는 TV속 자신에게 해당 상품을 입혀보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구입을 마쳤다.

최근 홈쇼핑 업계가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며 옷은 ‘입어보고’ 가구는 ‘배치해 볼 수’ 있게 됐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체험쇼핑이 가능해진 가운데, 눈으로 보는 것에 그쳤던 온라인쇼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증강현실은 실제 배경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홈쇼핑 업계는 해당 기술을 접목해 3D아바타에게 직접 옷을 입혀보거나, 가전·가구를 생활 공간에 상품을 미리 놓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업계 중 가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이다. 현대홈쇼핑은 ‘AR쇼룸’을 통해 실내인테리어나 스타일링을 직접 할 수 있게 돕는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접목시킬 수 있는 AR전문관 ‘핑거쇼핑’을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체험형 콘텐츠가 성장하는 업계 분위기와 모바일 쇼핑시장의 활성화가 맞물리며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홈쇼핑 업계는 이를 첨단기술로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첨단기술과 모바일 등을 결합한 디지털 쇼핑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2013년 25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대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모바일 취급고(매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취급고 대비 모바일 취급고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20.9% ▲2016년 모바일 28.2% ▲2017년 모바일 30.8% ▲2018년 모바일 34.8%을 차지했다.

이들 서비스는 특별한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와 TV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의류 구입 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 TV에 전송하거나, 신체 사이즈를 입력해 만든 가상의 아바타가 TV에 등장해 옷을 입어보게 된다. 확대 및 축소, 360도 회전 등의 기능을 활용해 상품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신체 사이즈와 비율 등이 다른 피팅모델이 착용했을 때보다 쇼핑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사진=롯데홈쇼핑

가전·가구의 경우 원하는 상품을 검색한 뒤 카메라를 생활공간에 비추면, 해당 제품을 입맛에 따라 배치해볼 수 있다. 세탁기와 쇼파, TV받침대 등은 3D 상품으로 전환돼 각자의 생활공간규격에 맞춰 측정도 가능하다. 미리 배치해보거나 구입 후 교환이 어려운 가전·가구 쇼핑이 증강현실을 통해 더욱 편리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불만 접수 및 반품 횟수도 줄었다. 그간 온라인쇼핑은 업체가 제공한 상품 사진이나 사이즈 등의 제한된 정보만으로 이뤄져 소비자 불만이 높았다. 롯데홈쇼핑 관계자에 따르면 AR서비스를 선보인 지난해 9월 기준 교환·환불 요청 건수가 한 달 평균 30~40건에서10% 가량 줄었다.

해당 관계자는 “별다른 장비를 준비할 필요없이 스마트폰으로 AR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간 온라인쇼핑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졌던 제품 사이즈와 모양, 색상으로 인한 교환·환불 접수가 줄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강현실을 활용한 쇼핑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전문가는 상용화를 위해 보다 현실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의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 업계 내에서도 뛰어드는 기업과 지켜보는 기업으로 나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 단행 등의 결단이 필요해 증강현실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특히 최근 소비자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3D아바타 등 활용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로 명분만 내세워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시장선도 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감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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