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에 증자 결정…초대형 IB 도전장
오렌지라이프·아시아신탁 이은 비은행 강화 행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이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비은행 강화에 나섰다. 이번 결정으로 KB금융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리딩뱅크 굳히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은 내부보유자금과 2000억원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신한금융 측은 이번 증자에 대해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혁신성장 노력에 부응하고 모험자본 육성 강조와 업계의 대형화 추세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출자로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면서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 어음) 진출도 가능해졌다.

특히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된다면 자기자본의 200%의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발행 어음이 허용된다.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용이해져 유동성 확보를 통한 성장기반 확대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한민국 리딩 금융 그룹이라는 그룹의 위상에 걸맞게 신한금투를 최고의 자본시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며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 확대를 통해 그룹의 조화로운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초 진행된 오렌지라이프 편입과 아시아신탁의 지분 인수에 이은 비은행 강화 행보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았다. 지난 2일에는 아시아신탁 지분 60%의 인수를 완료하면서 신한금융의 15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잔여 지분 40%는 2022년 이후에 취득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이번 증자를 결정하면서 리딩뱅크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경쟁자인 KB금융지주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는 것이다.

실제 1분기 신한금융의 호실적은 비은행 계열사가 주도했다. 1분기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91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은행 부문 순이익은 6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1%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은행 부문은 3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20.0%나 뛰어올랐다.

그룹 전체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도 늘어났다. 1분기 신한금융의 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전체의 64%를 차지했고 비은행 부문은 36%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말 비은행 부문 비중이 31%를 기록한 것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신한카드와 신한금투의 비중이 감소했지만 오렌지라이프의 편입으로 전년 말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반면 KB금융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에 따르면 1분기 순이익은 845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2.7%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 국민은행은 1분기 순이익 572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902억원) 대비 17.0% 감소했다.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고돼 있다. 이달 초 매듭지은 아시아신탁의 실적이 2분기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도 호재를 맞았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4일 종가 4만4700원을 기록해 올해 초(3만9400원) 대비 13.45% 증가했다. 반면 KB금융은 올해 초 4만5950원에서 14일 종가 4만6150원으로 0.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월 13일 상장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0.46%, 1.8% 감소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신탁 인수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 가능성 등의 모멘텀과 디지털 플랫폼 강화, 가시적인 해외 진출 성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의 가치를 감안하면 신한금융의 밸류에이션 회복은 현재 진행형이다”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짙어질수록 신한금융의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주목받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은 연구원은 “양호한 주가 흐름이 대변하듯 현시점에서 가장 편안하게 매수할 수 있는 은행주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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