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편집숍 세포라 오는 10월 국내 오픈 예정
올리브영·롭스 사이서 2위 자리마저 ‘흔들’
“상품 구매력 증대 및 GS유통망 활용, 생존전략 찾아야”

사진=GS리테일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국내 출격을 앞둔 가운데 GS리테일 ‘랄라블라’의 입지가 위태롭다. 국내 H&B시장 2위 업체임에도 연이은 점포 폐점과 영업적자로 브랜드파워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라(SEPHORA)는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으로, 올 10월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1969년 설립, 1997년 LVMH가 인수한 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34개국 2500여개의 점포를 보유한 세계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세포라는 국내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체험형 편집숍이다. 이곳 업체는 300여개의 브랜드와 세포라를 대표하는 뛰어난 자체상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매장이 없음에도 해외여행과 직구를 통해 상품을 구입할 만큼 그 인지도가 높다.

강력한 경쟁자인 세포라 출격에 국내 H&B업계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랄라블라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GS리테일은 2005년 홍콩AS왓슨과 합작한 왓슨스코리아로 H&B스토어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홍콩 AS지분을 100% 인수, 지난해 3월 랄라블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연말까지 랄라블라 점포 수를 300개까지 늘린다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랄라블라 점포 수는 2017년 186개, 2018년 168개에서 연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 4월 기준 159개로 집계됐다. 부실점포 폐점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올리브영이 시장 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 3위에 머물렀던 롭스까지 사업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랄라블라의 매출은 올리브영의 1/10 수준이다. 양 사에 따르면 지난해 랄라블라 매출은 1728억원, 올리브영은 1조6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7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반대로 랄라블라는 2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롭스는 2017년 96개에서 지난해 127개로 점포를 확장해 랄라블라와의 점포 수 격차를 40여개로 좁혔다. 롭스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조만간 2, 3위자리가 뒤바뀔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랄라블라는 국내 H&B업계 2위다. 1위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3위는 롯데가 운영하는 롭스다.

이같이 랄라블라의 입지가 위태로운 것은 국내 H&B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드는 가운데 점포 확장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 전체 점포 수는 2015년 730여개에서 지난해 1400개로 3년간 670여개 증가했다. 전체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랄라블라는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이후 인지도 확보에 실패했다. 그 사이 올리브영은 공격적인 매장 확대를 통해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랄라블라는 현재 GS25편의점을 활용한 ‘택배 픽업’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택스리펀드’등의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점포 수 감소는 관계없다”며 “아울러 랄라블라는 10~20대를 타겟으로 하기때문에 고급브랜드를 취급하는 세포라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H&B스토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화장품 판매로 이뤄지는 만큼 랄라블라가 상품 구매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바뀐 사명을 소비자가 효과적으로 재인지하기 위해서는 업체 판매 상품 및 콘셉트와 높은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며 “사명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랄라블라는 상품 구성이나 가격대, 콘셉트 등을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1, 2위의 격차가 심한 데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이때는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특색있는 상품 구성으로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다”고 말했다.

반면 세포라의 국내 진출이 랄라블라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리브영이 사업의 확장성에서 이미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랄라블라가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세포라 등장에 타격을 입는 것은 올리브영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랄라블라가 상품 구매력으로 차별화를 꾀할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랄라블라는 리사이클, 유기농 제품 등으로 상품 구색의 차별화를 두고 있다. 여기에 GS리테일의 편의점 출점전략 등의 경험을 살려 유통채널과 시너지를 확보한다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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