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300만원 한도·50일 무이자’ 대출상품 선보여
금감원“다른 저축은행 따라 할까”, 무이자 마케팅 지양 권고

모바일 뱅킹 앱 ‘페퍼루’를 출시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은 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한 대출상품 ‘페퍼루 300’를 선보였다.사진=페퍼저축은행

금융감독원이 50일 무이자 소액 신용대출상품 ‘페퍼루 300’을 판매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에게 ‘무이자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무이자 대출상품이 업계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 모바일 뱅킹 앱 ‘페퍼루’를 출시하면서 ‘페퍼루 300’을 선보였다. 페퍼루 300은 최대 300만원까지 50일간 무이자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페퍼루) 전용 소액 신용대출상품이다. 만 19세 이상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며 대출 기간은 1년이다.

무이자 기간인 50일이 지나면 7.1~8.0%의 대출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는 페퍼저축은행이 선보이고 있는 다른 신용대출 상품 금리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낮은 편이다. ‘페퍼 중금리 신용 대출’과 ‘페퍼 신용대출’의 대출금리는 각각 6.9~19.9%, 6.9~24.0%다.

페퍼루 300으로 300만원을 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 기간 1년을 기준으로 총 상환 금액은 금리에 따라 약 317만8000원~320만원 수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은 모바일 뱅킹을 자주 사용하고 신용등급이 1~5등급인 직장인을 페퍼루로 유치하기 위해 해당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는 대출상품에 무이자 기간을 적용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무이자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업계 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과거 무이자 대출 사태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한 마케팅 방법이 아니다”라며 “무이자 소액 대출상품은 굳이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도 대출을 유도할 수 있는 일명 ‘미끼상품’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이 수행해야 하는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에 위배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이자 마케팅은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도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페퍼저축은행에 해당 상품 판매 중지를 요청한 상황이다. 무이자 대출상품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무이자 대출상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 2016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선보였던 무이자 대출상품이 사회에서 큰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때 성행하던 상품은 통상 300만원 한도에서 30일간 무이자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30일이 지나면 20~30%의 고금리로 대출 이자가 부과됐다.

2016년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당해 연도 상반기 기준으로 무이자 대출 실행 건수는 4만3699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원금을 30일 이내로 상환한 비율은 6.2%(2702건)이었으며 93.8%(4만997건)가 30일을 넘겨 고금리로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었다. 특히 4만997건 중, 2058건은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무이자 대출상품이 고금리 대출의 늪으로 소비자를 빠트린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해당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대표들은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결국, 무이자 대출상품은 2016년 이후 업계 내에서 사라졌다.

페퍼루 앱을 통해 ‘페퍼루 300’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임정희 기자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2016년 출시되던 상품들은 무이자 기간이 지나면 고금리로 이자를 부과했지만 페퍼루 300은 7.1~8.0%의 중금리를 적용한다. 이는 시중은행보다는 조금 높고 캐피탈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금감원의 요청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자 한 것인데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과거의 무분별한 고금리 무이자 대출상품과 자사의 상품이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은 페퍼루 300에 대한 상품 수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페퍼루 300 자체는 과거의 고금리 무이자 대출상품과 달리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 상품을 계기로 다른 저축은행들이 따라서 무이자 대출상품을 출시할 수도 있어 해당 마케팅 중지를 요청했다. 저축은행이 무이자 마케팅이 아닌 다른 마케팅 수단을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이자 마케팅은 굳이 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자에게까지 대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2금융권 대출에 발을 들이면 신용등급에 영향이 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급적 소비자들이 쉽게 2금융권 대출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돼 해당 마케팅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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