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소비자 관심과 실제 판매 달라
보험연구원, “영업정책·판매수당 영향” 지적
소비자의 관심도 변화 파악 후 상품 개발·공급 해야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보험상품과 실제 판매되는 상품과의 거리가 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판매채널의 역할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보험회사들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도 변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상품 신계약 건수는 종신보험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암보험, 연금보험 순이었으나 소비자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보험상품별 검색빈도는 연금보험, 암보험, 종신보험 순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보험상품별 신계약 건수 및 비중은 20~30대의 경우 종신보험이 67만7130건을 가입해 55.6%로 가장 비중이 컸고, 암보험이 32만4851건으로 26.7%, 연금보험이 21만5433건으로 17.7%의 순으로 가입 숫자가 많았다.

반면 40~50대는 암보험이 76만8644건으로 42.0%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종신보험이 74만668건으로 40.5%, 연금보험이 32만1206건으로 17.5% 순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빈도 추이를 활용해 소비자의 보험상품별 상대적 관심도를 분석한 결과 종신보험에 대한 검색빈도는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며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초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에 대한 검색빈도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점차 종신보험 대비 연금보험에 대한 상대적 검색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계약 건수는 공급자의 마케팅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관심도를 측정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인터넷 검색은 소비자의 관심도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인 수치를 100으로 가정한 검색빈도를 시기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2004~2008년의 평균 검색빈도는 연금보험이 30.75, 종신보험 12.50, 암보험 10.83 순으로 나타났다.

2009~2013년에는 연금보험이 33.38, 암보험 13.90, 종신보험 9.28 순으로 종신보험보다 암보험을 더 많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4년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돼 암보험 검색빈도가 12.24인 반면 종신보험은 7.21로 감소했다.

또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 22일까지 네이버 검색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30대와 40~50대 사이 종신보험, 연금보험, 암보험에 대한 관심도에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신보험은 모든 세대에서 연금보험과 암보험에 비해 검색빈도가 낮아 다른 보험상품에 비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는 연금보험을 가장 많이 검색했고 암보험과 종신보험은 비슷하게 검색했다.

이는 청년층이 부양가족을 위한 사망위험에 대비한 준비보다 본인의 노후 대책을 우선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보험연구원은 판단했다.

40~50대의 경우에는 종신보험보다 연금보험을 더 많이 검색했으며 최근에는 암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연금보험이 가장 높은 검색빈도를 기록했지만 2018년과 2019년에는 암보험이 가장 높은 검색빈도를 기록한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중·장년층인 40~50대가 노후 준비보다는 암과 같이 당장 직면한 건강에 대한 위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하나생명이 발표한 ‘YOLO 시대 보험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 보험 가입 시 준비가 가장 부족하다고 응답한 보험은 연금보험으로 나타났으며 생활이 어려워져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보험으로는 암, 질병, 건강보험 등으로 조사된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상품별 판매 건수는 금융소비자의 관심도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의 상품 및 영업정책, 판매채널의 수당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나 설계사들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도와 상관없이 높은 수수료를 주는 상품 위주로 상품을 판매·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신보험은 가장의 부재 시 유가족의 안정된 생활과 경제적 고통을 줄이고자 가입하는 보장성 보험으로 연금 전환 기능이 있어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연금 전환은 소비자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연금 전환을 하게되면 전환 시점의 해지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보험료를 납입한 연금보험보다 적은 연금액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에 나타난 소비자의 연령별, 보험종류별 관심도는 보험판매실적에 나타난 관심도와 다를 수 있다”면서 “보험회사들은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도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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