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무순위 청약’ 손질했지만…콧방귀 뀌는 ‘줍줍’족
국토부, ‘무순위 청약’ 손질했지만…콧방귀 뀌는 ‘줍줍’족
  • 배수람 기자
  • 승인 2019.05.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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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대상 예비당첨자 비율 80% → 500% 확대
강화된 대출규제 발목…무주택 실수요자에는 ‘임시방편’ 그쳐
“1·2순위 당첨기회 확대 및 자금 마련 돕는 완화 정책 수반돼야”
견본주택을 찾은 투자수요자들. 사진=연합뉴스
견본주택을 찾은 투자수요자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미계약 물량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줍줍’족을 잡기 위해 청약제도를 일부 손질했다. 국토교통부는 청약 예비당첨자를 확대해 부적격 당첨자 감소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 분위기 조성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신규 청약 단지에서 무순위 청약(미계약분 공급) 물량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현금부자·다주택자가 일부 물량을 사들이는 줍줍현상과 관련해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등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개선(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오는 20일부터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이 개선되는 즉시 시행된다.

통상 신규 주택공급시 1·2순위 신청자 중 가점제 또는 추첨제로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가 선정되는데 이들 모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취소될 경우 남은 물량은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한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 여부나 주택소유 여부 등과 관계없이 신청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거나 유주택자여도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장 여유자금의 무순위 청약 쏠림 현상으로 실수요자들이 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수성·세종(예정)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체 공급물량의 80%(기타 40%이상)까지 선정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5배수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약자격을 갖춘 실수요자(1·2순위)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무순위 청약제도 도입 후 진행된 5곳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5.2대 1 정도다. 국토부는 이에 공급물량 대비 5배의 적정수요가 있다고 판단, 예비수요 역시 공급물량의 5배수가 적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상이 되면 서류검증 및 청약 일정연장 등 사업 주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무순위 청약으로 현금부자들의 진입을 막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인기 단지에 과도하게 무순위 청약자들이 몰려 과열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확대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계약할 기회를 얻게 돼 계약률도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무주택자에게 당첨기회의 문을 더 활짝 열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격화소양(신발을 신고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다)’에 그친다는 반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수도권의 ㎡당 평균 분양가격(3월 말 기준)은 527만5000원이다. 3.3㎡당 평균 분양가격으로 환산하면 1740만7500원 정도다. 같은 기술 서울은 ㎡당 777만2000원, 평당 평균 분양가격은 2564만7600원으로 집계됐다.

평당 분양가가 2500만원선을 웃돌지만 정부는 현재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 중도금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투기과열지구 등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40% 정도에 그친다. 운 좋게 1·2순위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면 계약을 포기하는 실수요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포기한 미계약분은 결국 무순위 청약을 통해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대다수 무주택자가 대출을 끼지 않고는 섣불리 주택 매매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5배수까지 확대한다는 건 무순위 청약을 없애기 위함이다”며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많아지는 건 맞지만 결국 이들이 집을 살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이 막히면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려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예비당첨자의 폭을 늘려서 기회를 많이 돌아가도록 한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중도금 마련을 하지 못해서 계약을 못 하거나 강력한 청약 규제에 따라 발생하는 부적격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온전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여러 제도가 맞물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는 신규 분양이 많은 만큼 가액 수준이나 시장 트렌드는 반영할 필요가 있다.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한 번 정도 완화된 대출규제를 적용하는 등의 방안은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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